“9600억원 내라” 미국 요구에 글로벌호크 도입계획 ‘빨간불’

김종영 2011. 04. 29
조회수 117718 추천수 0

방사청 예상가격의 두배…“2차 배치 괌에 해야” 주장, 한국 정찰기인지 의문


이명박 정부의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 도입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 정부가 국방부가 청와대에 보고한 예상가격의 두배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가 임기 내 무기 도입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무리하게 도입 예상가격을 낮게 산정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쪽은 또  "글로벌호크 1차기지는 한국에 2차 기지는 미국 영토인 괌에 둔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20110429 글로벌호크.JPG

글로벌호크는 지상 20Km 상공에서 38~42시간 동안 비행하며 레이더(SAR)와 적외선 탐지장비 등을 통해

지상에 있는 0.3m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첨단무기다. 한겨레 자료사진



2년전 미국쪽 제시가격에 비해서도 24.9% 올라


한반도 전역 5천km 반경을 감시정찰 하는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 4대를 도입하는 방안은 올해 3월 초에 발표된 '국방개혁 307계획'에서 표방한 '적극적 억제전략'을 구현하는 핵심이다. 이와 관련해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글로벌호크를 구매하는 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에서 구매비용을 기존 도입 비용에 4000여억원을 개발 비용으로 추가로 올려 달라고 하고 있다, 또한 군사장비의 대외 군사 판매(FMS) 규정을 들어, 물가 상승률을 적용해 인도 시점에 비용 정산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현재 협상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것들을 감안하면 글로벌호크 도입 비용은 올해 여름에 계약하더라도 도입비용이 8억7천4백만달러에 달하며, 순연될 시 매년 20%이상 가격이 뛰어 올라 최대 1조2000억원에 이른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고 덧붙였다.


<디앤디포커스>의 취재 결과 또 다른 관계자도 이 같은 상황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4월 하순에 방위사업청 관계자가 고고도무인정찰기 도입과 관련해 미국을 방문해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미국 측에서 3억5000만달러에 이르는 개발비를 요구하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개발비는 최신형 업그레이드 비용 등을 구매자에게 요구하는 것인데, 글로벌호크의 경우 100%에 달하는 개발비를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측은 또 한국에 1차 기지를 두더라도 2차 기지는 미국의 괌에 둔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해 달라는 요구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호크의 가격 인상은 미 국방부 예산 감축으로 미 국방부의 발주량이 줄어들면서 대당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4월 12일(현지시간) 마이클 돈리 미 공군참모총장의 의회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돈리 참모총장은 2012 회계연도 국방예산 감축으로 공군이 글로벌호크의 발주량을 14% 감축함에 따라 대당 가격이 25% 이상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돈리 총장은 2012년 예산 삭감으로 글로벌호크의 총 조달 대수가 77대에서 66대로 줄어든 것이 대당 가격이 상승하게 된 주원인이라고 언급했다.


이같은 사실은 4월 하순에 방위사업청과 주한미군 관계자들이 워싱턴에 위치한 미 공군성을 방문해 글로벌호크 도입가를 문의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이는 올해 방사청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4억5000만달러에 도입하겠다고 보고한 것과 비교할 때 거의 두 배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또한 2009년에 미 측이 제시한 7억달러와 비교해도 2년 만에 24.9%가 상승한 파격적인 수치다. 뿐만 아니라 미국쪽은 올 여름까지 계약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2014년에 한국에 장비를 인도할 수 없고 이후 생산 일정까지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도 우리쪽에 통보했다. 도입시기와 비용 문제가 모두 난관에 봉착한 셈이다.


 

미국, “한국 배치하면 인공위성과 연동 안될수도” 경고


미국쪽은 한국에 글로벌호크를 배치할 경우 인공위성하고 연동되는 데이터링크 기능을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이 때문에 한국이 무인정찰기와 인공위성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감시ㆍ정찰 네트워크를 운용하려면 지상 수신기지 시설이 갖춰진 괌의 미군기지에 배치해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괌에 배치한 글로벌호크가 과연 한국군 무기인지도 의문이다. 

이 때문에 도입비용이 과다하고 한국의 안보환경에는 과도한 고성능인 이 무인정찰기 도입에 대한 국내 여론도 마냥 우호적이지는 않다. 가격과 성능을 비교할 때, 전장의 종심이 짧은 한반도에서는 굳이 미국이 전 세계에 어디든 투입하기 위해 개발한 고성능의 글로벌호크보다 다소 성능이 낮은 글로벌옵저버 정도로 충분하다는 반론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청와대와 국방부는 “글로벌옵저버는 개발이 끝나지 않은 장비”라며 사실상 호크를 염두에 둔 정찰기 도입을 강행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왔다.


미국쪽은 또 올해 3월 초에 국방부가 ‘307계획’을 발표하면서 스텔스전투기와 글로벌호크를 도입할 계획을 밝히자 미 정부는 유래 없이 신속하게 의회의 수출승인 절차를 요청했으나 아직 미 의회에서 회의도 하지 않은 상태다. 한국에 판매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는 상황처럼 보이지만, 정작 가격과 도입절차 등은 '안개 속'이다. 또한 글로벌호크의 요구성능(ROC) 문제에서도 한국 측과 미 공군 측이 생각이 달랐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390억원에 아파치 헬기 도입’ 계획도 현실성 의문


한편 방사청은 이제껏 미 측과 초보적인 가격협상도 진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저가 도입 계획을 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은 획득기관으로서 전문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방사청이 4억5000만달러로 도입가를 판단한 근거는 글로벌호크의 상당 기능을 뺄 경우 가능한 금액으로 판단한 데에 있다. 그러면서 미 측 관계자에게 구두로 확인을 받았다는 사실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아무런 책임이 없는 미 측 관계자의 '의견'에 불과하기 때문에 검증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더군다나 이런저런 기능을 제외한 글로벌호크 도입은 애초 알려진 고성능 무인정찰기가 아니라는 얘기도 된다.


이러한 방사청의 업무수행 태도를 볼 때 최근 아파치 대형 공격헬기를 대당 390억원에 도입하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 역시 그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아파치를 구매한 대만의 경우에도 대당 약 920억원에 도입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이 역시 우리 측의 달콤한 기대에 불과한 계획이라는 지적이다. 아파치 헬기의 핵심 기능을 제외하고 스펙을 하향조정하면 이러한 가격 산정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럴 경우도 우리가 알고 있던 대형공격헬기가 아니다.

 

올해 초에 김관진 국방장관이 "스텔스 전투기를 도입하겠다"고 하자 방위사업청과 공군이 덩달아 내년까지 60대 규모의 차기전투기를 저렴하게 도입하기로 계획을 추진한 것도 마찬가지로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발이 완료되지도 않은 스텔스 전투기를 2016년까지 도입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무모할 뿐만 아니라, 개발비용 상승으로 몸살을 앓는 전투기를 저렴하게 도입할 수 있다는 것도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는 반론이다.


2009년에도 방사청은 미국이 “중고 아파치를 반값인 260억원에 주겠다”는 말만 믿고, 이를 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도입 협상에서 한국군이 요구하는 임무수행장비와 데이터링크 비용이 추가되어 대당 가격이 460억에 육박하자 사업을 포기한 바 있다.


결국 307계획에서 표방한 '적극적 억제전략'을 구현할 핵심무기 3개가 모두 부실하거나 고가로 판명될 경우 국방개혁은 말장난일 될 가능성이 커졌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이번 글로벌호크 도입에 따른 비용 문제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은 고고도무인정찰기를 도입하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지 글로벌호크라는 특정 기종을 언급한 적은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나 여러 정황을 볼 때 청와대가 글로벌호크를 미리 정해 놓고 도입하려 했다는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김종영 <디앤디포커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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