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도입 열풍의 진정한 배후

김종대 2015. 04.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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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한국만의 독특한 현상 중 하나는 특정 무기체계에 대한 이상 열풍입니다. 마치 인기 아이돌 그룹에 열광하듯이 어떤 신무기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열광적으로 환호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이상한 일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일 우리나라가 항공모함을 제작하거나 핵무기를 배치한다면 민족주의 감정이 크게 고양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국가의 전략무기를 우리 손으로 개발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미국제 특정 무기 하나에 천문학적 돈을 갖다 바쳐도 아깝지 않은 열풍이 분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합니다.
 1991년에 걸프전이 발생하자 CNN 방송에서는 연일 이라크에서 발사한 스커드 미사일을 다국적군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요격하는 장면이 매일 보도되었습니다. 우리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최첨단 전쟁을 목격하고 우리 군뿐만 아니라 지식인 전체가 넋을 잃었습니다. 베트남전 악몽을 깨끗이 씻어내는 이 전쟁을 두고 앨빈 토플러는 “실리콘이 강철을 이겼다”며 감격에 찬 평론을 내보냈습니다. 그리고 걸프전이 종전될 무렵에 조지 부시 대통령은 패트리어트를 생산하는 레이시언사를 방문하여 조립 라인에서 노동자들을 모아놓고 “이것이 바로 기술혁명의 승리”라며  연설을 하였습니다.
 이런 찬란한 위용에 넋을 잃은 한국에서는 “저 패트리어트를 사지 않으면 큰 일나겠구나”라며 당장 사와야 할 것 같은 이상열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그 여파가 심했던지 걸프전이 끝날 무렵에 노태우 대통령 지시로 청와대 김희상 국방비서관을 단장으로 구매 사절단이 직접 걸프전 현장으로 날아가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웬걸? 막상 가서 다국적군의 패트리어트 운용 실태를 보니 언론에 보도된 바와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패트리어트가 스커드 탄두를 정확히 파괴한 것도 아니었을 뿐더러 이스라엘에는 상당수의 스커드 미사일이 떨어졌던 것입니다. 게다가 수백여발의 스커드를 갖고 있었던 사담 후세인은 한 번도 일제사격을 하지 않고 하루에 많아야 10여발을 정해진 시간에 쏘아 댔습니다. 사절단은 “알려진 성능과 다르다”며 패트리어트 구매를 유보시켰습니다. 훗날 미 회계감사원(GAO)는 “패트리어트의 실제 명중률은 2%에 불과하다”며 그 신화를 벗겨내는 보고서를 발간하였습니다. 학자들의 패트리어트에 대한 반론도 이어졌습니다. MIT 공대의 포스톨 교수는 “기술적으로 날아오는 미사일의 탄두를 요격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며 이를 “총알을 총알로 맞히는 것과 같다”고 하였습니다. 


 이미지를 점령하는 선점효과


그러나 한 번 뇌리에 박힌 패트리어트에 대한 강렬한 인상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이걸 심리학에서는 선점효과(preemption effect)라고 부릅니다. 걸프전 3년 후인 1994년에 북한의 불바다 위협으로 온 나라가 전쟁 위협에 휘말렸습니다. 이 때 미국의 윌리엄 페리 국방장관은 한국의 안보 불안에 주목하며 패트리어트, 아파치 헬기와 같은 무기를 구매할 것을 종용하였습니다. 당장 사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은 분위기가 또 조성되었습니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는 용케도 참았습니다. 그러다가 김대중 정부 와서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은 미사일 방어를 전역미사일방어(TMD)와 국가미사일방어(NMD)로 구분하고 이를 전면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을 결정하였습니다. 그러자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계에 무언가 우리도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조급증이 또 발발하여 패트리어트 구매에 대한 세 번째 열풍이 불었습니다. 2000년 6월에 국방부는 패트리어트 구매를 핵심으로 한 차기 대공유도무기 도입사업(SAM-X)를 추진합니다. 그러나 도입 시기는 멀찌감치 뒤로 미루었습니다. 그러다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에 와서야 중고 패트리어트 PAC-Ⅱ가 독일로부터 도입되는데, 막상 이 시점이 되자 패트리어트의 인기는 시들해져 버렸습니다. 이제는 패트리어트의 성능의 한계가 알려질 만큼 알려진데다가 벌서 구형무기가 된 패트리어트가 예전과 같은 신선한 충격도 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 미사일방어 이야기는 거의 사라졌다가 2006년에 북한이 핵 실험을 단행한 데 이어 이명박 정부시기에 두 차례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이라는 충격이 몰려 왔습니다. 그러자 우리 사회에는 때 아닌 스텔스 전투기 열풍이 불기 시작하였습니다. F-35 스텔스 전투기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합동전투기사업(JSF)에 투자국으로 참여해야 하는데 한국은 공동 투자국 11개국에 들어가 있지 않았습니다.


 무기 신드롬과 군산복합체


 막상 F-35 개발이 지지부진하여 개발기간이 연장되고 가격이 폭등한 결과 2011년경에는 공동투자국 11개국이 물량을 축소하거나 사업 자체를 취소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겪고 난 이후 집단적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북한의 핵 미사일 기지를 확실하게 제압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 스텔스 전투기 열풍이 불기 시작합니다. 마치 이 전투기를 사지 않으면 한반도가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온 언론과 아마추어 군사 매니아들이 결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전투기를 반대라도 하면 마치 불순분자처럼 여겨질 정도였습니다. 공군 역대 참모총장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당장 이 전투기를 사라고 다그쳤습니다. 그래서 2013년에 차기전투기 기종으로 아직 개발도 되지 않은 F-35가 선정됩니다.
 그런데 개발도 되지 않은 이 고가의 전투기에 대해 방위사업청은 사업 중간에 물량을 축소하는 것으로 계획을 조정하는 무리수까지 두어가면서 차기전투기로 F-35를 선정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현존하지 않는 전투기여서 계약을 할 수 없는 겁니다. 아직도 우리는 이 전투기가 언제 나올지 기다리고만 있습니다.   
 그러더니 작년에 갑자기 사드 미사일 요격체계 도입 열풍이 다시 불기 시작합니다. 미국도 3개 포대 밖에 갖고 있지 않은 개발 중인 무기에 불과한 사드는 일본, 이스라엘, 나토 국가 어디에서도 구매나 배치 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만 이 요격미사일 체계에 대한 열풍이 불더니 이제는 여당 대표, 군 예비역 장성 할 것 없이 전부 나서서 사드를 사지 않으면 큰 일 날 것 같은 소란을 피웁니다. 정작 박근혜 정부는 중국을 의식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 사드 미사일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도입이나 배치를 한다, 안 한다를 말할 수도 없는 형편인데 말입니다. 도대체 한국 사회, 왜 이러는 걸까요? 강대국에 둘러싸여 일단 강해져야 한다는 조급성, 첨단 고성능 무기를 배치하면 무언가 위로를 받는 느낌, 신기한 무기체계가 선사하는 신선한 충격, 이런 것들이 배합되어 한국 사회는 온통 무기도입 열풍입니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요? 참 희한한 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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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권 당시 청와대 국방보좌관실에서 일했습니다. 또 국무총리 비상기획위원회 혁신기획관, 국방부 정책보좌관 등으로 일하며 군 문제에 관여해 왔습니다.
이메일 : jdkim2010@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ndfo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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