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약류에서 한국형 MLRS 등의 유도무기체계와 무인자율화 체계로 확대

2015. 0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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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방산업체들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디펜스 21 플러스의 기획연재는 한국우주항공주식회사(KAI)와 LIG넥스원에 이어 세번째로 한화다. 다른 한국 대기업들과는 달리 화약과 방위산업을 토대로 설립·발전한 한화는 방위산업에 특별한 애정과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다. 한국화약이라는 초기의 회사명이 보여주듯이 화약, 포탄등의 탄약류 무기에서 출발했지만, 이제  로켓 추진체, 한국형 MLRS 등의 유도무기체계와 무인자율화체계 등을 개발하면서, 이제 한화는 방위산업 관련품의 생산을 넘어서서  산하에 여러 연구센터를 거느리고 연구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서울 중구에 있는 한화 본사에 이어 대전에 위치한 종합연구소를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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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중구 청계천로의 한화본사 사옥 건물 야경


  한국방산역사와 함께한 한화 -도전과 의리


  한화는 방위산업만 추진하는 기업이 아닌 종합대기업이다. 그러나 여타 대기업과는 달리  방위산업에 특별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한화라는 기업이 가진 역사적 배경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1952년, 대한민국에서 방위산업체를 지정하여 국방전략물자를 체계적으로 생산하기 훨씬 이전이자,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시기에 (주)한화의 전신인 ‘한국화약주식회사’가 설립되었다. 한화 그룹 창업주 김종희 선대 회장은 화약 국산화가 외화절감과 국내 산업 중흥의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가 화약산업에 뛰어들 때 내건 구호가 ‘화약산업을 통한 사업보국(事業報國)’이다. 당시 김 회장은 일제시대 화약공장으로 건립되었다가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인천공장 부지를 정부로부터 인수해 정부 지원금 없이 선투자금으로 복구를 진행했다.
  이후 한화는 1956년 1월 최초로 Safety-Mite라는 초안폭약의 생산을 시작으로 1958년 5월 다이너마이트 시험생산에 성공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다이너마이트 생산국가가 됐다. 196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이어진 국가의 대규모 고속도로 건설은 대량의 폭약을 필요로 했고, 다이너마이트를 국산화한 한화에게는 비약의 토대가 됐다.
  이어 여러 가지 화약류 및 화학제품들의 개발과 판매로 성장하던 한화는 1968년 1월 발생한 ‘무장공비침투사건’(일명 김신조 사건)으로 인해 장비의 취약성을 느낀 정부가 수류탄 개발을 의뢰함에 따라 군용화약 개발 연구를 시작해 1969년 5월 독자적으로 수류탄을 생산 및 납품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때부터 한국의 화약 메이커로서 그 위치가 공고해진다.
  1971년 11월, 한화는 그동안 축적된 기술과 연구자료를 토대로 방위산업 계획서를 정부에 제출하면서 방위산업 진출 의지를 확고히 하는 한편 인천공장을 증설하고 방위산업개발본부를 본사에 설치했다. 1972년 6월 정부로부터 방위산업체로 지정돼 방위산업용 연구개발을 본격화한다. 그러나 자체 기술로 개발한 무연화약은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으며, 1974년 국산화에 성공했던 Ball powder는 생산업체 선정에서 밀려 생산계획이 무산되는 등 한화의 방위산업 사업진행이 순조롭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부터 생산공정 자동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여 인천공장에서 1987년 자체 기술로 에멀젼(Emulsion) 폭약의 국내 제조 특허를 획득함으로써 고품질의 폭약류 생산에 들어섰다. 이후 전기뇌관/비전기뇌관 개발, 질산공장 준공, 화약 응용분야 개척 등을 통해 명실상부한 한국의 대표 화약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
 최근 한화는 연구개발 인력을 약 2배가량 확충했는데, 이중 70% 이상이 석박사 인력이며 해외인재 역시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이는 현재 수많은 대기업이 방위산업에서 손을 떼는 추세에 비교해 볼 때 이례적이다. 한화는 이를 ‘신용과 의리’를 내세운 한화정신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런 정신에 따라 한화는 고용안정을 중시하고 있으며 이는 2013년에 진행된 비정규직 2043명에 대한 정규직으로의 일괄전환에서도 확인된다. 또한 현재 한국 방위산업 여건상 한화는 가동률이 상당히 낮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공장을 유지 중이다. 이런 경우 핵심기술자 외에는 비정규직 인원을 쓰는 것이 일반적인데 한화는 정규직원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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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가 개발한 육군의 최대규모 유도무기체계인 현무의 발사 장면


탄(彈)에 담긴 과학과 노력, 그리고 유도무기체계


 흔히들 탄을 단순한 무기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지만, 현대 전장에서 사용되는 탄은 원하는 곳까지 탄두를 이동시키는 추진기능, 정해진 지점과 시간에 정확히 폭발하는 신관기능, 목표물을 정확히 찾아가는 유도기능들이 복합적이고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최첨단 기술력의 종합체다. 한화는 40mm 고폭탄부터 230mm 유도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탄을 생산하고 있다.
  총탄과 수류탄 등의 탄약류는 군인의 손을 떠나지 않는 무기인 만큼, 이러한 무기의 안전성은 대한민국 장병의 생명과 직결된다. 따라서 개발 및 납품 뿐만 아니라 품질관리가 중요하다. 그러기에 한화는 탄약류 품질관리에서는 선별적으로 진행하는 샘플조사를 안전검사 표준으로 채택하지 않고, 모든 생산품에 대해 안전점검을 실시하는 전수검사를 한다.
 담당자는 “단 한 발의 불량품도 인명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한화는 안전점검에 있어 한치도 양보하지 않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본지가 방문한 대전연구소의 경우 넓은 부지에서 각 연구건물들이 상당한 거리를 두고 세워져 있었으며, 각 건물과 도로들이 흙둔덕으로 감싸여 있는 구조였다. 연구소 안내 담당자는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한 구조라고 말했다. 건물마다 화약과 폭발물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해당 물질들이 소재해 있으니 서로 떨어진 채 건설되었고, 흙둔덕들은 차폭벽 역할을 하며 나무들은 폭발력을 감소시킬 목적으로 심어져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탄약류 무기는 무기로서의 성능을 극대화해 강한 화력을 발휘해야만 하지만.  동시에 아군의 손안에서 휴대될 때는 ‘절대적으로 안전’ 해야 한다. 화력과 안전을 동시에 보장해야만 하는, 대단히 복잡하고도 어려운 무기가 바로 탄약류 무기다. 소총탄에서 순항미사일에 이르는 모든 화약 탄약 무기류는 이러한 딜레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화약무기 시대의 ‘무기체계’란 거칠게 말하면 감시장비 등을 제외한 공격용 장비들, 즉 대포, 전차, 전투기 등은 결국 화약/탄약무기라는 공격의 종말수단을 적에게 투사하기 위한 플랫폼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과거 한화 방산부문의 주력산업이 이러한 재래식 탄약류 무기였다면, 현재 한화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유도무기 분야다. 유도무기는 정밀할수록 무기 내 컴퓨터, 메모리, 센서 등의 관리와 유지가 어렵고 발사 전 점검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정비가 소요되며 이는 비용상승으로 이어진다. 일반 재래탄은 이러한 소요가 없고 취급과 사용이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전투기 파일럿은 일반적으로 비행중 중력이 9G 이상 걸리면 1분 이상을 버티기 힘들고, 블랙아웃 현상과 의식 상실 등이 일어나는데 현대전의 유도무기들은 발사 후 발사체에 평균 1만 5천G 정도의 중력이 걸린다. 유도무기의 구성품들 중 특히 전자소자 등은 고충격과 고중력에 견디기 어려우며, 유도무기들의 제한된 크기는 필연적으로 각 필수 구성품들에 대한 소형화 기술을 요구하는데 이는 기술적 난이도를 대폭 상승시키는 주된 원인이다.
  한화는 일반적인 탄은 물론, 사거리 연장탄, 유도탄, 스마트 탄 등 현대전의 발전에 맞추어 지속적인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한국군이 운용하는 완성체 유도무기는 여러 개발사가 최종 납품하고 있지만 이들을 구성하는 추진기관, 탄두, 그리고 신관의 약 85% 이상은 한화가 생산한 구성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축적된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화는 탄도탄 요격기술 개발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의 핵심 요격미사일 중 하나인 L-SAM(장거리 대공 미사일)에 한화가 중심 역할을 맡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한화 대전 종합연구센터의 관계자는 “한화가 현재 L-SAM에 관련된 핵심기술을 확보했으며, 자세제어장치(DACS) 등의 기술분야에서도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협력하여 L-SAM을 개발할 때 한화가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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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국제항공우주 방위산업 전시회에 설치된 한화부스. 다연장로켓 천무와 각종 신형포탄 무선소나 등


한국 방위산업의 위기와 기회


  올해 초 방위산업 업계 전반에 걸쳐 큰 위기가 있었다. 각종 방산비리 수사 소식과 군의 무기획득 계획 변경등은 한국 방위산업 업계 전체를 움츠리게 만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일부 언론에서 방산비리에 따른 거액의 뇌물과 이권 등을 편향되게 보도하는 바람에 마치 미국의 록히드 마틴이나 보잉 등의 소위 ‘잘나가는’ 방위산업체들과 이미지를 겹체 보이게 되어 방위산업이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대 이권사업인양 비치게 만든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 최소한의 이윤은 보장되지만 큰돈은 못 버는 것이 바로 방위산업이다. 법적으로 국가는 방산업체에 9%~16% 내외로 이윤을 줄 것을 명시되어 있는 반면 업체는 모든 원가비용을 정부에 공개해야 한다. 초기 개발비는 대개의 경우 국가에서 기술용역 형식으로 제공해주지만, 실질적으로는 양산을 감안해 업체가 개발비에 있어서는 거의 이윤을 못 남기거나 손해를 감수하면서 계약을 하기 때문에 업체들로서는 애로사항이 많다.
  한국 방위산업체들의 애로사항은 사실 2009년 전문화·계열화제가 폐지되면서 본격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전문화·계열화제’라는 명칭의 유래이자 법적근거는 「방위산업에 관한 특별조치법」제4조의3(전문화 및 계열화)이다. 해당 법률의 제1항에는 “정부는 방위산업을 합리적으로 육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연구개발하거나 기술도입하여 생산하고자 하는 물자 또는 관련업체를 전문화하거나 계열화할 수 있다”고 돼 있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과도한 경쟁이나 중복투자 등을 배제하고 각 소요분야에서 적합한 업체를 선정하여 전문적으로 주문생산을 의뢰해 왔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09년 국방비 절감을 꾀한다는 명분아래 전문화·계열화제가 폐지되었고, 이후 최저입찰제마저 도입되었다. 이로 인해 업체간 경쟁이 심화됐고, 여기에 방산비리 수사가 진행되자 대기업들이 방위산업에서 점점 손을 떼게 되었다.
   2014년 11월 26일, 삼성그룹이 방산 2개사(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를 매각한 것은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그럼에도 한화는 이들 기억을 인수하고 연구개발(R&D)분야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실시하면서 새로운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방산업체들은 점점 옥석으로 나뉘어 정리가 되어가는 시점이며 프랑스, 영국, 그리고 일본 역시 이러한 과정을 거쳐 알짜 산업들만 남았던 전례가 있다. 한화는 전문화·계열화제 폐지와 타 대기업들의 방산 분야 탈출 등의 위기를 직접 최첨단 유도무기들을 생산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있다.
  한국 정부의 국책사업으로 기획되는 기동장비 개발은 공개가 용이하고 상대적으로 주변국가와의 관계에 큰 문제를 유발시키지 않지만, ‘탄’은 살상무기라는 이미지를 가지기 때문에 이러한 공개가 어렵다. 이 때문에 한화로부터 수입한 탄의 성능 공개를 꺼리는 국가도 많다. 상술한 구성품 위주 납품과 맞물려 한화는 우수한 기술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홍보하는데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탄약/화약류 무기사업은 기업체가 스스로 홍보하기 민감한 사안이 엄존하기 때문에 한화쪽은 여타 제조업과는 달리 국가적인 차원에서 육성하고 보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반적인 제조품을 대하듯이 단가 문제로만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 국산화 여건 보장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한화는 한화대로 ‘전쟁무기를 생산하는 기업’이 아니라 ‘한국을 지켜가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가기 위해 사회공헌 활동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986년 아시안 게임 성화봉 공식 공급업체로 지정된 데 이어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도 공식 성화봉 공급업체로 지정됐으며, 국내 최초로 컴퓨터 발사기술을 적용해 서로 다른 세 장소에서 똑같은 모양의 연화(불꽃놀이 폭죽)를 연출하는 기술을 선보여 큰 호평을 받았다. 또한 2000년부터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전액 부담해 개최해 오고 있다.  또한 보훈대상자에 대한 집수리 사업, 전역장병대상 취업 멘토링, 탈북청소년과 자전거 국토 종주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방위산업체들의 총체적 난국 속에서 한화는 삼성으로부터 테크윈과 탈레스를 인수해 오히려 새로운 도약으로 가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유원 디펜스21+ 기자 bittersweet04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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