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안전운항의 수호천사들을 만나다

김동규 2013. 01. 07
조회수 12792 추천수 0
국내 유일 민간 항공후속지원 종합상황실 체험

가족들과 명절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 고속도로 위에서 갑자기 차가 퍼졌다. 급히 내려 차를 점검했지만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다. 예전 같으면 발만 동동 굴렀을 상황이지만 요즘은 전화 한 통이면 보험업체가 한 달음에 달려와 문제를 해결해준다. 세상 좋아졌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놀라운 사실은 군에서 이런 서비스를 이미 오래전부터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전의 핵심 전투력인 항공전력은 24시간 민군 합동으로 후속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디펜스21 >는 공군과 함께 항공 종합후속지원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한국항공)의 항공기 후속지원 종합상황실을 방문해 그러한 체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직접 체험해봤다.  

상황실. 군대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상황실이 어떤 곳인지 알 것이다. 조그만 해안 분초 상황실이든 거대한 군단급 지휘통제실이든 상황실은 불이 꺼지지 않는다. 24시간 담당 인원이 상주하며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각종 보고를 종합해 이를 토대로 작전을 만들고 하급부대로 지침을 하달한다. 항상 전화가 울려대고 담당자들은 바쁘게 움직인다. 수집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모니터와 각종 통신장비들은 이곳이 한눈에 봐도 중요한 일을 하는 곳임을 느끼게 해준다. 이러한 상황실은 군을 벗어난 민간에서는 보기 힘든 조직이다. 

T-50 고등훈련기 생산업체로 유명한 한국항공은 이렇게 군에서나 볼 법한 종합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각종 정보로 가득 찬 거대한 모니터와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는 이곳이 진짜 상황실임을 느끼게 해줬다. 다른 부서와 달리 출입구도 보안카드가 없으면 열리지 않았다. 한국항공이 수행하는 후속지원의 핵심 시설로 다른 직원들은 함부로 들어올 수 없기 때문이다. 군대도 아닌 민간 기업에 왜 이런 상황실이 필요할까. 상황실이 문을 여는 아침부터 직원들과 함께하며 직접 체험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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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기 고장원인을 분석 중인 직원들

색깔에 민감한 상황실 직원들

“10월의 마지막 밤이 아름다울지 괴로울지는 여러분에게 달렸습니다.”

이승민 한국항공 군수지원센터장의 한 마디에 이른 아침부터 회의석에 앉아 있던 상황실 직원들의 얼굴은 긴장을 더 했다. 굳은 얼굴로 회의를 진행하던 정연명 상황실 총괄과 사안마다 능숙하게 지시를 내리던 안영국 고객지원담당의 얼굴에는 일순간 조용한 태풍이 몰아쳤다. 회의석에 앉은 팀장들은 미간을 구겼고 이를 지켜보던 부하 직원들은 일순간 굳어버린 채 마른침만 연신 삼켰다. 팽팽하게 늘어난 명주실 마냥 살짝 건들기만 해도 끊어져버릴 것만 같은 분위기. 신선한 아침 공기를 자랑하는 경남 사천의 첫인상은 온데간데없고 방금 먹은 아침밥이 체할 것 같은 긴장감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이곳은 한국항공이 자랑하는 고객지원상황실이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고객지원상황실은 한국항공이 고객에게 납품한 각종 항공기에 대한 후속지원을 총괄하는 곳이다. 무기 도입 시 성능과 가격만큼이나 중요한 분야로 평가받는 업체의 후속지원 능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의 주요 업무는 항공기 가동률 향상을 위한 기술지원, 부품지원, 정비지원, 고객관심사항 수렴 등으로 고객의 요구사항에 대해 매일 조치 주관팀을 선정하고 일정을 수립해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원활한 업무를 위해 운영 기지마다 기지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24시간 실시간 운영 상황을 보고받아 후속지원을 수행함은 물론 가동률 향상과 미래 소요예측을 위해 운영 자료를 실시간 분석하고 있다. 터키와 인도네시아에서도 국내와 동일하게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향후 세계 어디든 수출이 성사되면 본사 직원을 운영기지에 직접 파견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상황실에 발을 들이자마자 보이는 건 벽을 뒤덮은 거대한 모니터다. 세계 지도가 그려진 모니터에는 국내 공군과 육군 기지는 물론 터키와 인도네시아에 납품한 모든 항공기의 가동률과 주요 현안들이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고객의 목표가동률을 달성하고 있는 항공기는 녹색으로, 이에 조금 못 미치는 항공기는 노란색으로, 더 부족하면 빨간색, 검은색 순으로 표시된다. 이날은 터키와 국내의 한 기지가 노란색을 나타내고 있었다. 비행불가 상태를 뜻하는 ‘AOG(Aircraft On the Ground)’ 항공기도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화면에 표시된 구체적인 수치는 대외비로 관리하고 있어 한 상황실 관계자는 “기사에 어떤 숫자도 쓰지 않아야 한다”며 신신당부하기도 했다.

상황실을 관리하는 정연명 상황실 총괄에 따르면 화면에 표시되는 가동률이 곧 그날의 업무성과이기 때문에 팀원들은 색깔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고 한다. 곁에 있던 김성호 과장은 “저 화면이 상황실의 핵심 기능이자 군수지원센터 전체를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하는 주범”이라며 농담을 던졌다. 실시간 업데이트되는 가동률이 상황실은 물론 한국항공 경영진까지 전달되기 때문이다. 가동률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상황실로 압박 전화가 빗발치기 때문에 실무자들은 매 시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고 한다. 

페루 수출 성사, 상황실 24시간 체제로…

상황실은 매일 아침 8시 15분에 시작하는 일일회의로 하루를 시작한다. 밤사이 국내 기지와 해외 기지에서 날아온 운영 상황을 종합해 담당 팀에 업무를 할당하고, 기존에 발생한 문제 처리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분위기는 좋지 않은 편이다. 문제해결에 책임을 져야하는 팀장들은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회의에 참여한다. 이날 아침도 한 기지의 KT-1 문제 해결을 위한 논쟁이 벌어졌다. 회의가 끝난 뒤 한 직원에게 원래 분위기가 이렇게 험악한지 묻자 “오늘은 그나마 외부인이 보고 있어 조용히 넘어간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침부터 고성이 오가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덧붙였다. 상황실에서는 이러한 일일회의 외에도 한 주를 점검하는 주간회의와 긴급 상황 발생 시 소집되는 긴급회의도 열린다.  

한국항공이 다른 방위산업체는 운영하지 않는 후속지원 상황실을 운영하는 이유는 후속지원 분야에서도 최상위 난이도를 자랑하는 항공 후속지원 분야의 특성 때문이다. 항공기는 모든 공학 분야에서 가장 발전된 기술이 적용되고 주요 부품이 대부분 고가의 주문제작방식이다.  또한 T-50에 사용되는 부품만 30만여 종이 넘는 데서 보듯 방대한 물자를 관리해야하는 탓에 고객과 제작업체의 집중 관리 없이는 목표 가동률을 유지하기 어렵다. 가동률 달성을 위한 업체의 적극적인 협력은 필수 요소다. 고객의 요구에 즉각 응대하는 신속한 지원체계를 위해 상황실까지 갖추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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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키 현지에서 정비지원 중인 한국항공 엔지니어 © 한국항공우주산업


항공기 후속지원의 중요성에 대한 안영국 고객지원담당의 설명이다.

“군용 항공기는 배치 후 기본적으로 30~40년을 써야 한다. 항공기 한 대에 투입되는 전체 비용을 100%로 봤을 때 개발획득비가 30%면 운영유지비가 70%를 차지한다. 이렇게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아직 후속지원에 대한 중요도가 낮게 인식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예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군수분야에 일하는 사람들은 아직 부족하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한국항공이 운영하는 상황실은 큰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다.”

안 담당에 따르면 한국항공은 직원 3,000여 명 중 160명 정도를 군수지원에 투입하고 있다고 한다. 김홍경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항공기 후속지원에서 창출되는 가치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인원이 투입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상황실은 아침 8시부터 자정까지 운영한다. 터키 이즈미르 기지와의 시차는 7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기지와는 2시간 차이가 나기 때문에 24시간 운영할 필요까지는 없다. 그러나 2012년 11월 7일 페루가 KT-1 20대 도입을 확정해 이제는 24시간 운영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페루 리마와는 시차가 14시간이 나기 때문에 상황실 문을 닫는 자정에도 페루는 오전 10시밖에 되지 않아 한창 비행 훈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실 한쪽 벽에는 자카르타, 앙카라, 미국, 파리를 비롯해 수출 확정이 되기 전부터 이미 리마의 시간을 가리키는 벽시계가 설치돼 있었다. 안영국 담당은 “상황실 운영 시간에 관계없이 공군은 야간 비행 훈련도 하기 때문에 기지에 나가 있는 사무소 직원들은 그때마다 집에 못 가고 자리를 지킨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상황실 핵심 기능, K-LIS

상황실 뒤편으로는 일종의 콜센터인 고객지원팀이 자리 잡고 있다. 콜센터 직원이라 하면 나긋한 목소리의 젊은 여성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곳은 중년 남성들이 전화 응대를 한다. 이들은 최소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베테랑 엔지니어들이기도하다. 김종성 고객지원팀장은 “가정용 전자제품과 달리 항공기는 고객들 문의 자체가 전문 지식이 웬만큼 없으면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경력 있는 엔지니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상황실 직원들도 모두 최소 10년 경력 이상의 엔지니어들로 이뤄져 있다. 

항공업계에 종사한 지 20년이 넘은 정연명 총괄은 “경력 10년 미만인 직원은 갑작스레 터지는 상황을 처리하기 힘들다”며 “앞으로도 상황실은 고객의 기술적인 요구를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경험이 많은 고급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지 사무소로는 보통 3명 정도 인력을 파견하는데 여기도 10년 이상 경력자들을 배치한다고 한다. 현장에서 문제를 즉각 해결하는 것만큼 좋은 후속지원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경력이 넘치는 베테랑이라도 고객지원상황실의 핵심 기능인 K-LIS(KAI Logistics Information System) 없이는 업무를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고 한다. K-LIS는 한국항공의 후속지원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하나로 통합하는 체계로 각 기지에서 입력한 자료들이 실시간으로 상황실로 날아와 항공기 가동현황, 기술문의, 고장탐구요청, 부품요청, 긴급상황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표시해 준다. 이렇게 모인 정보들을 토대로 K-LIS가 가동률과 운영자료를 분석해 화면에 구현해주며, 상황실에서는 정보를 통합해 관리하고 통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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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황실 모니터는 보안 문제로 인해 근접촬영이 금지돼 있다. 

한국항공이 독자 개발한 K-LIS는 원래 ILIS((Integrated Logistics Information System)란 이름으로 만든 T-50 고등훈련기 전용 후속지원체계였다. 그러나 KT-1에 대한 성과기반군수지원(PBL) 체계가 도입되고 전 항공기에 대한 효율적 후속지원체계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ILIS는 한국항공의 모든 후속지원을 통합 관리하는 K-LIS로 발전했다. K-LIS 덕분에 직원들은 손으로 직접 기록하며 상황을 종합하던 과거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른 업무 처리 속도를 유지하고 있다. 정연명 총괄은 “K-LIS도 아직 완벽하지 않으므로 지속적으로 보완․발전시키겠다”며 “현재 보안 검토 중인 화상회의 체계도 빠른 시일 안에 구축해 효율성을 극대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화상회의 체계가 도입되면 긴급 상황이나 결함 발생 시 영상으로 직접 문제 부위를 진단할 수 있어 사진과 음성으로만 보고받는 지금보다 문제 해결이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긴급 상황, 표정이 달라지다
    
상황실 업무의 백미는 실제 긴급 상황이다. 큰 사고가 나거나 한시가 급한 문제해결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직원들은 식사중이거나 잠들었다가도 상황실로 출동해야 한다. 일주일에 몇 건씩은 꼭 터진다는 실제상황이 이날은 오후 3시가 다 되도록 발생하지 않았다. 정연명 총괄에게 과거에 있었던 사례라도 들으려는 찰나 긴급전화 한 통을 받은 상황실 직원이 갑자기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 기지의 항공기 한 대가 원인불명 고장을 일으켜 ‘그라운드’ 상태가 된 상황이 터진 것이다. 보고에 따르면 부상자도 있다고 한다. 정연명 총괄은 즉시 팀장급 직원을 소집했다. 5분도 되지 않아 긴급회의가 열렸다.
  
일단 기지 사무소에서 보낸 문서로 정보를 파악한 상황실은 곧바로 고장 원인을 추적하는 ‘고장탐구’에 들어갔다. 이때부터 직원들의 표정이 바뀌기 시작했다. 웃음기 가득한 얼굴의  서병익 차장도 매의 눈으로 돌변해 모니터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담당 실무자는 즉시 설계도와 기술교범을 펼쳐 여러 가지 예상 원인을 설명했다. 그러나 고장 부위에 대한 사진과 상세 내용이 접수되지 않아 정확한 원인 파악은 불가능했다. 기지 사무소로부터 상세한 정보가 접수될 때까지 회의는 잠시 중단됐고 직원들은 작은 모니터에 서너 명이 달라붙어 고장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고장 이력을 찾고 기술교범을 뒤지며 온갖 고장 가능성을 다 추적하는 분위기였다. 

5분 정도가 지났을까, 기지에서 고장 부위 사진이 왔다. 사진을 보내온 사무소장이 음성으로 사고 경위 설명을 시작하자 상황실에 모인 담당자들도 원인에 대한 실마리를 잡기 시작했다. 부상을 입었다는 정비사는 정도가 경미해 크게 문제될 건 아니었다. 사고 원인도 작은 부품 결함이라 교체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제야 상황실을 감싸던 무거운 공기가 풀리기 시작했다. 정연명 총괄이 팀별로 후속조치를 지시하고 상황해제를 선언하자 다른 부서 직원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고 상황실 직원들도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정연명 총괄에 따르면 이런 긴급 상황이야말로 상황실의 존재 이유이며 직원들이 가장 공들이는 상황이라고 한다. 항공기 사고는 최소 중상, 보통 사망에 이르기 때문에 기지에서 상황이 발생하면 전 직원이 신경을 곤두세운다. 정 총괄은 “2년 전에는 군수지원센터 전체를 경악케 하는 최악의 사고가 발생해 식은땀 한 바가지는 흘렸던 것 같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2010년 6월 24일 인도네시아에서는 일명 ‘장군님이 당긴 사건’으로 통하는 KT-1B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항공이 인도네시아로 수출한 KT-1B 한 대가 교관조종사 양성의 마지막 단계인 항법비행을 위해 훈련하던 중 전후방 좌석이 갑자기 사출돼 추락한 사건이다. 현지 상황을 알 길이 없어 인도네시아 방송사 영상에 의존해 원인을 분석하던 직원들은 추락한 훈련기에 인도네시아 육군 장성이 타고 있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한 직원은 머릿속에 ‘장군 탑승한 한국제 훈련기, 원인불명 사고로 추락하다’는 헤드라인이 머릿속에 맴돌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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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상황이 발생하자 모니터에 모여 원인을 분석 중인 군수지원센터 직원들


궁극의 군수지원체계 ‘오토노믹스’ 

곧 밝혀진 사고 원인은 다행히 항공기 결함이 아니었다. 좌석 사출은 후방석에 탑승한 육군 장성이 실수로 사출레버를 당긴 것이 원인이었다. 항공기는 착륙하기 전 활주로 상태를 확인한 후 다시 상승해 공항 외곽을 선회하며 착륙위치를 잡아 착륙을 시도한다. 이 절차를 몰랐던 장군은 착륙하던 비행기가 갑자기 상승하자 문제가 생긴 것으로 판단, 사출 레버를 당겨버린 것이다. 항공기의 결함은 아니었지만 군수지원센터 직원들을 한껏 긴장하게 만든 사건이다. 정연명 총괄은 “지금은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현지 사무소 직원이 신속히 상황을 파악하여 보고하기 때문에 마음 졸이며 기다리는 일은 없다”고 전했다.

안영국 담당은 이렇게 사고가 발생하거나 요청이 들어올 때만 나서서 해결하는 상황실에서 벗어나 한 발 앞선 후속지원체계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설명했다. 그는 “후속지원의 미래는 고객의 요청에 응대하는 수준에서 머무는 게 아니라 ‘선제적 후속지원’을 통해 고객이 요청하기도 전에 업체가 알아서 지원하는 것”이라며 후속지원체계의 미래를 설명했다. 정 총괄에 따르면 현재 F-35를 개발 중인 록히드 마틴이 선제적 후속지원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고 한다. ‘오토노믹스(Autonomics)'로 부르는 미래형 후속지원은 항공기에 정비모듈을 탑재해 비행 중 자가진단을 수행, 결함정보를 지상으로 전송하면 항공작전이 끝나기 전 미리 후속지원 사항들을 준비하고 항공기 착륙 후 신속히 조치하는 것을 말한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현대 항공기의 특성상 결함이 발견된 뒤 후속지원을 준비하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러한 체계를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안영국 담당은 “차세대 전투기에는 그에 맞는 차세대 후속지원이 제공돼야 한다”며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에도 오토노믹스 기능 장착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토노믹스가 제대로 구현되면 업체도 한결 편해지겠지만 그에 따른 최대 수혜자는 역시 고객이다. 착륙하자마자 시작되는 후속지원 덕분에 ‘그라운드’되는 시간을 대폭 줄여 가동률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 선진국에서도 아직 개발 중인 개념이지만 실현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한다.    

상황실을 한껏 긴장시켰던 오후 실제 상황이 끝난 뒤에는 별다른 긴급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쉴 틈은 없었다. 상황 종료 후 바로 터키 사무소의 상황보고가 이어졌다. 커피 한 잔 마실 시간도 없이 이어지는 보고와 회의에 바쁜 상황실을 뒤로 하고 나오는 길, 아침에 노란색이었던 모 기지의 가동률도 오후에는 녹색으로 돌아왔다. 화면에 표시된 한국 공군의 항공기는 모두 목표 가동률을 초과 달성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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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디펜스21+ 기자
가진 거라곤 ‘안보의 민주화’에 대한 열정밖에 없던 청년실업자 출신.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경상도의 모 대도시에서 20년을 보냈다. 〈디펜스21+〉에서 젊음과 차(茶)를 담당하고 있다.
이메일 : ppankku@gmail.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sem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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