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전투기 미국산 F-35로 내정됐나

2012. 0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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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선 의원 ‘이 대통령-오바마 밀약설’ 제기
방사청 사업 설명회서 시험평가 걸림돌 제거
 
집권 초에는 미국에 소고기 시장을 열어주는 결정으로 망신을 당한 현 정부가 집권 말에 또 한 번 사고 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군이 올해 10월에 기종을 결정하게 될 차기전투기사업(F-X)은 사실상 미국산 F-35로 내정됐다는 의혹이 도처에서 제기되고 있다. 보잉사의 F-15SE와 유럽 EADS의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아직까지 사실로 확인된 것은 없다. 그러나 정부의 기종결정 여부와 관계없이 전투기 시장의 심리는 F35의 한국 구매로 기울고 있다.
 
보잉 F-15SE와 유럽 EADS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들러리?

 

사전 내정 의혹을 공론화한 당사자는 새누리당 송영선 의원이다. 최근 한 방송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10월에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을 때 미국제 F35 라이트닝 Ⅱ도입을 약속했다”는 ‘밀약설’을 제기했다. 그 발언의 배경을 묻는 필자의 전화에 송 의원 쪽은 “외신 보도를 참고했다”고 답변했다. 2월 4일에 미국의 <노스웨스트 플로리다 데일리 뉴스>에 나온 기사를 지칭하는 것이다. 이 매체는 “이스라엘과 싱가포르, 일본, 한국은 F35개발에 자금을 대지 않았지만 이를 구매하기로 동의했다”며 “한 대당 6500만 달러인 가격에 더해 그 나라들이 개발비 일부를 보충하는 걸 도와줄 것이다”고 언급했다. 즉 한국은 6500만 달러라는 대당 가격에다가 이미 록히드가 개발한 비용에 대한 부담까지 더한 고가에 F35를 구매하게 되리라는 내용이다. 기사가 나간 직후 록히드마틴은 해당 기사가 오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록히드마틴의 주가는 크게 올랐다. 보도가 사실일 것이라고 믿는 기대심리가 드러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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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이 보도가 아니더라도 F35 사전 내정 의혹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그 백미는 올해 1월에 방위사업청에 진행된 FX 사업 설명회다. 이 자리에서 방사청은 매우 의미 있는 사업추진 방향을 설명했다. 아직까지 안개 속인 F35의 성능을 과연 어떻게 시험하고 평가할 것인가라는 문제에서 방사청은 미국 정부의 보증서로 대체한다는 방침을 설명했다. 과거에 전투기 기종에 대한 시험평가는 공군이 시험평가단을 구성하여 수개월 동안 전투기를 직접 조종해보고 성능을 다 확인해 본 뒤에야 군의 요구 성능(ROC) 적합여부를 판정했다. 그러나 아직도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F35의 경우에는 시험평가 할 전투기가 없기 때문에 미국 정부 보증서로 대체한다면 록히드는 걸림돌을 제거한 셈이다. 
 
물론 F-15SE도 아직 실존하는 전투기가 아니기 때문에 마찬가지의 배려를 받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F-15 기종 자체가 이미 수십년 운용된 플랫폼이고 이미 한국이 F-15K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공군의 시험평가에 F35보다는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보잉사는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정부 간 거래방식(FMS)이 아닌 상용거래로 한국에 전투기 판매를 촉진해 왔다. 그러나 미 정부는 보잉사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었다. 방사청에 따르면 올해 1월에 미 공군의 한국담당자가 방사청에 와서 “F-15SE은 FMS 방식으로 판매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보잉사의 한국에 대한 기술이전, 물량이전과 같은 협상조건을 제시할 수 있는 업체의 재량권이 잠식된다. 미국 정부가 업체 간 경쟁에 직접 개입하여 사실상 공정한 경쟁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얘기다.
 
미국 정부 나서 업체 간 공정 경쟁 차단
 
미국 정부가 전투기 시장에서 자국 업체의 경쟁을 차단하는 담합행위를 조장하는 것은 우리에게 아주 오래된 악몽이다. 1988년에 한국형전투기사업(KFP) 기종평가 과정에서 당시 F-16을 생산하는 제너럴다이나믹스와 F-18을 생산하는 맥도널더글러스사가 서로 한국에 전투기를 판매하기 위해 출혈경쟁을 했다. 그러자 한국에 최신기술 유출을 우려한 미 의회의 압력을 받은 미 국방부가 양 업체를 직접 불러 한국에 대한 기술이전 등을 제한하도록 담합시켰는데, 이는 업체 간의 경쟁에 미 정부가 직접 개입한 최초의 사례였다.

이러한 담합의 결과 F-16은 도입가의 30%에 해당되는 절충교역으로 한국에 판매되었는데, 이는 나토 국가의 70%, 그리스와 120%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서 우리에게는 대단히 불리한 수준이다. 참고로 절충교역이란 우리가 판매국으로부터 기술이전, 대응구매 물량을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88년에 국방부는 훈령을 개정하여 절충교역 최저수준을 50%에서 30%로 하향조정을 했다는 점이다. 그 명분은 대미 무역흑자가 너무 많아 흑자관리 차원에서 절충교역을 자제하라는 당시 상공부의 협조 요청 때문이었다. 결국 한국에 기술이전을 꺼리는 미국정부와, 불리한 계약이라도 수용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요구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1월에 미 공군이 방사청에 보잉사 F-15SE도 FMS로 판매하도록 하겠다고 통보한 일도 기실 알고 보면 한국에 대한 기술이전을 통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작년 8월에 미 국무부와 국방부가 한국에 F-15K 센서인 타이거아이를 무단으로 분해한 데 대한 보복조처의 성격이 강하다. 작년의 타이거아이 사건 이후 미국은 한국을 ‘신뢰할 수 없는 나라’라고 비난하기 시작하였고, 파네타 미 국방장관은 김관진 국방장관에게 “이 문제는 미국에서 정치 문제화 되었다”고 협박에 가까운 말을 한 바 있다. 이 사건 이후 FMS 방식을 통해 한국에 대한 기술이전을 통제하려는 미 정부의 구체적 움직임이 감지되던 터에 이번 F-X사업에서 한국에 좋은 조건을 제시하려는 업체를 미 정부가 통제하게 된 것이다. 미 공군 담당관이 방사청을 방문한 시기가 사업설명회가 열리기 직전인 1월이라는 사실도 의미 있어 보인다.
 
방사청, 기술 이전 협상과 보장 없이 계약 먼저 서둘러
 
문제는 이러한 미국 쪽의 움직임에 대해 방사청이 속수무책이라는 점이다. 오히려 대책을 강구하기보다는 미국 쪽의 움직임을 아무런 저항 없이 수용하려는 움직임조차 있다. 1월의 사업설명회에서 방사청은 “2013년 12월까지 기술이전 목록에 대한 이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 된다”고 전투기 생산업체들에게 설명했다. 기술이전에 관한 사항을 계약서에 포함 시키지 않고, 2012년 10월의 계약 이후 14개월 이내에 MOU를 체결하겠다는 것은 기술이전에 대한 방사청의 의지가 얼마나 박약한 것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동시에 올해 10월 안에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기술이전 협상 절차와 보장을 계약 이후로 미룰 수밖에 없다는 속사정도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느슨한 계약이라면 기술이전을 이행하지 않아도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 
 
유럽의 영국, 이탈리아 같은 국가들은 자국에 유로파이터라는 전투기가 있음에도 F-35 공동개발에 참여한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미래 5세대 전투기기술을 습득하기 위해서다. 최신예 레이더와 스텔스 기술을 미국과 공유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고, 최근 F35를 차기전투기로 선정한 일본의 노림수도 이것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기술이전 부분을 아예 협상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전투기를 직구매하고 기술은 받지 못하는 참혹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적어도 지금 방사청의 사업관리는 그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F35 공동개발국이 아닌 한국은 뒤늦게 이 기종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면서 아주 값비싼 입장료를 지불하라는 요구에 직면해 있다. F35는 아예 절충교역을 하지 않는 기종이다. 그런데도 임기 중에 전투기 계약서에 서명하겠다는 정권의 고집은 요지부동이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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