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서 한국인 납치 소식 들리지 않게 하겠다”

김동규 2011. 0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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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민간군사기업 ‘블렛케이’ 인터뷰

“중동서 한국인 납치 소식 들리지 않게 하겠다”


한국에서 민간군사기업(Private Military Company, PMC)은 아직 생소한 업종이다. 

민간인이 군용 총기류를 소지하는 것이 불가능한 한국에서 군사 임무를 수행하는 기업은 허가받을 수 없다고 여겨져 왔다. 

최근 잦은 로켓포 공격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팀 기지의 방호를 맡고 있는 PMC가 

한국 기업이란 것이 드러나면서 정부 공인 PMC의 존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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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팀 기지의 블렛케이 직원들.


21세기 전장의 강력한 지원군 민간군사기업


민간군사기업(PMC)은 계약을 통해 군사용역을 제공하는 민간 업체다. 사기업이지만 공공부문의 영역인 방위서비스를 제공하는 특수한 집단이며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용병과는 달리 집단화ㆍ법인화된 단체다. 또한 합법적인 활동을 하기 때문에 합법적인 고객만을 거래대상으로 삼는다. 민간군사기업이 제공하는 군사 서비스는 전투행위뿐만 아니라 병참지원, 훈련지도, 정찰, 정보전 대행 등 다양하다.


PMC는 민간기업이지만 정규군에 뒤지지 않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우수한 군 예비역을 영입하여 정규군에 뒤지지 않는 혹은 더 나은 훈련과정을 제공하며, 정규군이 투입될 경우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작전에 대신 투입되기도 한다. 군 단독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장비의 정비소요도 PMC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실제로 이라크전을 거치며 미군에게 PMC는 없어서는 안 될 동반자로 급부상했다.



전투·정찰·정보전 등 실전 뛰는 PMC


블렛케이는 현재 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팀(PRT)의 외곽방호 및 건설업체 직원 경호 등의 임무를 맡고 있다. 경호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고용된 산업보안팀 아실칸(Asilkhan)의 군사 훈련도 담당하고 있다. 군사훈련지원도 PMC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이기 때문에 블렛케이는 모든 직원이 특수부대 출신이다. 


직원들은 주로 특전사 출신들로 구성돼 있는데, 각 분야 작전을 계획하고 진두지휘하는 팀장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중동에서 가장 큰 위협이라 할 수 있는 급조폭발물(IED, Improvised explosive device)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는 폭파 주특기, 임무에 따라 어떤 장비를 사용할지를 결정하는 장비 주특기, 응급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의무 주특기, 모든 통신 장비를 담당하는 통신 주특기 등 개인별 담당 업무도 특화돼 있다. 특히 위험지역에서 미리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저격수 담당관과 적 공격 시 고객을 안전지대로 신속하게 대피시키는 프로 드라이버까지 있어서 정규군에 뒤지지 않는 경호능력을 가지고 있다. 


실전을 뛰는 업체인 까닭에 지원요건은 까다로운 편이다. 일반병 출신은 육군 특공연대나 해병대 특수수색대를 전역해도 입사가 불가능하다. 반드시 간부 이상의 근무경험이 있어야 하고 특전사나 UDT같은 특수부대 이상 전역자에게만 지원 자격이 부여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사용하는 장비도 눈여겨볼 만하다. 블렛케이는 군용 무기 구입이 불가능한 국내법 때문에 현지 무기상을 통해 무기를 직접 조달하고 있다. 주로 AK 계열의 소총을 사용한다. 화기담당 김태경 팀장은 “AK 계열 돌격소총은 강력한 내구성 덕분에 아프가니스탄의 혹독한 기후 속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고객의 안전을 위해 수류탄 폭발에도 견딜 수 있는 방탄차량을 운영하고 있으며 기관단총이나 샷건 총탄 방호가 가능한 방탄조끼를 기본 장비로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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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 밖을 이동할 때는 일대일 밀착경호 서비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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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렛케이 직원들의 개인장구류는 현역 군인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위험지역 진출한 국내 기업 경호


지난해 12월 3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국토해양부 주최로 열린 ‘제6차 한-이라크 공동위원회’에서 이라크 정부는 재건 사업 분야에 한국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공식적으로 주문한 바 있다. 정부에서도 한국 기업의 이라크 재건사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이라크 재건 사업은 장기적으로 1,000억 달러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위기에 처한 국내 업체들에게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하지만 민간 기업이 이라크 재건사업에 진출하는 데는 중대한 걸림돌이 있다. 바로 치안이다. 각종 규제와 사업의 불투명성도 기업의 이라크 진출을 가로막고 있지만 치안문제는 생명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치안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기업의 이라크 진출은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 이집트ㆍ리비아 사태까지 겹치면서 민간 기업들은 위험지역에 대한 사업 진출을 꺼리고 있다. 블렛케이가 중점적으로 사업을 벌이는 영역이 바로 이러한 위험지역에 진출하는 민간 기업에 대한 경호 서비스 제공이다. 블렛케이 측은 “앞으로 중동에서 한국인 납치소식이 없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며 중동 진출 기업의 경호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치안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때론 정부 역할하기도


2009년 한나라당 이윤성 의원의 정책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제대군인의 취업 비율은 47%에 불과하다. 10년 이상 장기복무 제대군인 숫자는 매년 3,000명 이상 발생하고 있지만 취업률은 극히 저조하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예비역들이 군사력 건설, 교육훈련, 어학, 리더십 등의 분야에서 매우 뛰어난 자질을 갖고 있지만 국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계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블렛케이는 제대군인 지원분야에서 PMC가 정부의 역할을 대신할 수도 있다고 한다.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예비역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을 PMC로 활용할 경우 정부는 정치적 부담을 덜면서 해외 군사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UAE 원전 수주를 대가로 특전사를 파병할 때 반감 여론이 들끓었던 것을 상기하면 PMC를 군사외교에 활용하는 방안은 정부나 예비역 양측에 모두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중동 지역에서 일어나는 피랍사태에도 정부가 나서는 것보다는 PMC가 구출 작전을 대신하는 것이 낫다고 한다. 정규군을 파병하는 데는 국회 동의가 있어야 하고 외교문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PMC를 고용하면 부담 없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전장비담당 김태문 실장은 “매년 특전사와 UDT 등 특수부대에서 발생하는 전역자들을 PMC로 구성해 해외 작전에 투입하면 정치적 부담 없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며 “우수한 예비역들을 이용하는 방안을 하루 빨리 강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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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렛케이는 민간기업이지만 미군과의 공식적인 작전도 벌인다.




천창근 블렛케이 대표 일문일답


말리아 해적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 PMC를 상선 보호에 투입하는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블렛케이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나?

우리도 소말리아 해적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수많은 상선을 군에서 일일이 보호할 수 없기 때문에 민간 무장요원이 승선하여 배를 지키는 것은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국제법상 배에 무기를 소지한 요원이 동승하면 그 배는 상선, 유조선, 유람선 등의 자격을 잃게 된다. 말 그대로 ‘무장선’이 돼 버리기 때문에 복잡한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여러 나라의 항구에 입항해야하는 상선이 무장선이 돼 버리면 입항절차가 복잡해지거나 입항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생긴다. 블렛케이도 상선 보호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 무기소지가 자유로운 국가의 상선들도 패닉룸만 두고 무장요원을 탑승시키지 않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민간 기업이 사업을 하다보면 불가피하게 안전지대 밖으로 나가야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안전지대 외곽의 기습 등에 대한 대비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PMC의 업무는 전투에만 머물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PMC는 전투만 대행하는 집단으로 알고 있는데 전투는 업무영역 중의 하나일 뿐이다.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정보활동도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우리는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항상 정보 획득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실제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차르카르 지역에서 권총을 자주 휴대하고 다니는 김씨 성을 가진 사람을 납치할 계획이다’라는 자세한 정보까지 얻은 적이 있다. 정보를 입수한 뒤 한동안 차르카르지역을 통제했고 불가피하게 통과해야할 일이 있으면 방탄차량을 이용해 고속주행으로 빠져나갔다. 고객이 안전지대 밖으로 나갈 일이 있더라도 우리의 정보력을 동원하면 기습을 당할 염려가 없다.


블렛케이는 작년 6월 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팀 로켓포 공격 사건에 연루돼 자작극 의혹을 받은 적이 있다. 이에 대한 해명을 부탁한다.

당시 블렛케이는 100여 명에 이르는 한국 근로자들을 단 10명이 경호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아무리 뛰어난 PMC라고 해도 인원이 부족한 상황은 굉장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아프가니스탄 현지 경호업체인 아실칸(Asilkhan Security Company)에 접촉해 162명의 경비 인력을 투입했다. 지방재건팀 기지에 로켓포를 쏜 범인들이 바로 아실칸 소속의 인력들이었다. 경비 인력들에게는 위험수당이 지급된다. 2명의 범인은 이 위험수당과 급여를 높이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이들은 야간 근무를 서던 중 몰래 빠져나가 기지를 향해 RPG-7 로켓추진포 2발을 쐈다. 곧 블렛케이 직원들이 응사를 했고 범인들은 체포됐다. 하지만 언론에 사건 경위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기는 바람에 블렛케이가 사건을 조작했다는 의심을 받게 된 것이다. 우리는 돈을 위해 고객을 위험에 빠뜨리는 짓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모든 PMC는 어떻게든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노력한다.


현 정부는 UAE에 군사훈련지원을 목적으로 특전사를 파병했다. 당시 정규군을 자원외교 명목으로 파병하는 것에 대한 반감 여론이 일었다. 자원외교에 정규군이 아닌 PMC를 활용해 군사훈련을 제공하는 것은 어떻게 보는가?


미국의 경우 실제로 PMC가 정규군의 군사교육을 맡기도 한다. 미국의 PMC는 대부분 엘리트 특수부대 출신이나 군에서 요직을 맡았던 사람들이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국방성은 그들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PMC와 계약을 맺는다. 블렛케이 같은 PMC를 자원외교 등에 활용한다면 정치적 부담도 없고 상대 국가도 만족시켜줄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대한민국에서 실전경험이 있는 군인은 전 군을 통틀어 0.1%도 안 될 것이다. 블렛케이는 전 직원이 돌아가며 해외 근무를 하기 때문에 모두 실전경험이 있다. 따라서 상대 국가도 분명 우리의 훈련수준에 만족할 것이다.


PMC가 대리전쟁까지 수행하면서 도덕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미국의 Xe(구 블랙워터)는 민간인 학살 의혹과 불법 무기소지 등으로 미 의회 조사까지 받았다. 블렛케이는 단순 경호를 넘어 대리전쟁까지 참여할 의향이 있나?


이라크전을 거치면서 PMC들이 정규군을 대신해 교전을 벌이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 과정에서 민간인 학살, 무리한 작전 등이 문제가 됐다. 하지만 블렛케이는 절대로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중동지역에 진출한 기업의 직원들을 보호하고 각종 위험상황을 해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블렛케이는 대리전쟁에 참여하기 위해 만든 기업이 아니다. 위험지역에서 사업을 벌이는 글로벌 기업들은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우리가 나서서 군사 용역이라는 특수한 업무를 제공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블렛케이는 사업을 계약할 때 합법ㆍ윤리ㆍ도덕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것을 밝힌다. 우리는 군사용역을 제공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도덕성에 굉장히 민감하다. 교전 상황이 발생해도 과도한 무력을 배제하고 적절한 무력만을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옳지 않은 일은 거들떠도 보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김동규 디앤디포커스 기자 ppankk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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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디펜스21+ 기자
가진 거라곤 ‘안보의 민주화’에 대한 열정밖에 없던 청년실업자 출신.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경상도의 모 대도시에서 20년을 보냈다. 〈디펜스21+〉에서 젊음과 차(茶)를 담당하고 있다.
이메일 : ppankku@gmail.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sem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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