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대에 날개 달아줄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

2015. 0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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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 라인) 개정이 임박했다. 지난해 이미 그 내용이 공개됐으나, 26일로 예정된 아베 총리의 방미에서 최종 확정된다. 이번 협력지침 개정에서는 우주 분야와 해양 감시 분야의 협력에 관한 내용도 담겨 있다. 우주 분야에서 의심스러운 위성 등을 탐지하는 우주 상황 모니터링(SSA)의 정보 공유가 명기될 예정이다. 미일이 해양 진출뿐만 아니라 위성 공격무기(ASAT) 등의 개발에 협력하려는 것은 우주에서의 활동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억지력 향상을 꾀하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미일의 가이드라인 개정은 동북아시아 정세를 반영한다. 1978년 가이드라인이 처음 만들어지기 직전에는 인도차이나반도가 공산화됐다. 이에 일본 뿐 아니라 미국 역시 공산화 도미노에 대한 안보우려를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1997년 2차 개정 3년 전에는 김일성 주석 사망에 뒤따른 한반도 전쟁위기가 있었다. 북핵 개발의혹도 불거지면서 미·일은 가이드라인에 한반도 유사시를 주의 깊게 다뤘다. 2015년 현재 두드러진 변화는 중국의 부상과 중일갈등이다.
  이 가이드라인 개정은 미·일 안보조약을 바탕으로 변화된 국제정세에 일본 자위대와 미군의 대응방향이 담겨있다. 그간의 행적을 단순히 반영하기도 하고 선제적으로 앞으로 취할 지침을 담고 있기도 하다. 2번 개정될 때마다 자위대의 활동범위는 조금씩 넓어졌고 미국과 일본은 군사적으로 일체화됐다. 이에 국내·외의 반발이 있었으며 이번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이번에 일본은 미국 후방지원을 보다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길을 더욱 과감하게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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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


 자위대, 전세계 누비게 되나?


  미·일 방위협력지침 2차 개정은 ‘중국의 부상’이라는 거대한 변화에 대응해 자위대가 전 세계를 무대로 미국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내용이 뼈대를 이루고 있다. 현재 미·일은 지난해 10월3일 발표한 ‘미·일 방위협력지침의 개정에 관한 중간보고’를 발표하며 미·일 방위협력지침 대강의 내용을 밝혔다. “(미·일) 동맹은 아시아·태평양과 ‘이것을 넘어서는 지역’에 대한 긍정적인 공헌을 계속하는 국제적 협력의 기반”, “미·일 양국의 전략적 목표와 이익은 완전히 일치하며 아시아·태평양과 ‘그것을 넘어서는 지역’의 이익이 된다”라고 되어 있다. “동아시아 지역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되어있는 현행 가이드라인에 비교해 보면 미·일이 군사적으로 한 몸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이번 개정에서 미·일은 ‘주변사태’란 개념을 삭제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개정에서 미·일은 ‘주변사태’ 개념을 삭제하고 대신 자위대가 미국에 대한 지원을 넓힐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을 넣기로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1997년 개정된 현행 미·일 방위협력지침에서는 일본 주변의 안보상황을 3단계로 나누고 각각 경우에 미·일이 어떤 역할을 맡는지 정하고 있다. ‘평소’, 일본이 공격을 받고 있는 ‘일본 유사사태’, 한반도와 대만의 유사사태를 뜻하는 ‘주변사태’ 등 3단계마다 미·일의 대응이 다르게 규정되어 있다.
  주변사태라는 지역 제한이 사라지면 이론적으로 자위대는 중동이나 우크라이나 등에서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특히 이것이 일본의 동맹국이 공격을 받으면 자위대가 개입할 수 있다는 ‘집단적 자위권’을 뒷받침하는 조항이 된다. 다시 말하면 이 지침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요한 근거가 된다. 그런 면에서 미·일 가이드 라인에서 주변사태 규정이 사라진다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와 관련해 <마이니치신문>은 지난해 10월1일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정부가) 현행 주변사태법(1999년 입법)을 폐지하고, 전 세계를 범위로 미국을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법을 제정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변 사태법은 ‘무기와 탄약의 제공’, ‘발진 준비 중인 전투기 등에 대한 급유’ 등을 금지하고 있다. 여당인 자민당·공명당은 내부협의를 통해 이를 허용하는 쪽으로 가고 잇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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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


 일본은 왜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는가?


  일본 경제는 1990년대 들어서 장기간 정체했다. 같은 기간, 중국은 10배 이상 성장해  2010년 일본을 누르고 세계 2위 경제 대국의 자리를 차지하며 이른바 ‘G2시대’를 열었다. 이제 한국 뿐 아니라 아세안 국가들의 제1교역국은 중국이다. 중국 역시 그동안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력을 증강했다. 이에 자극받은 일본은 일본 군사력을 제약하는 갖가지 제약에서 벗어나기 위해 갖은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편 미국은 2008년 경제 위기, 10년 가까이 진행된 ‘테러와의 전쟁’이 실패로 끝난 이후 더 절실하게 동맹국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직면했다. 미국은 이에 따라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도입을 일관되게 지지해왔다. 다시 말하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미국의 전략의 일환이기도 한 셈이다. 결국 일본 군사대국화, 보통국가화 욕망에 미국이 맞장구를 쳐주는 셈이다.
 이번 개정이 반영하고 있는 핵심적 정세변화는 중국의 부상에 따른 미·일 공조다. 지난해 7월 초 아베 내각의 각의 결정 수정안에는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에 대한 무력 공격으로 국민의 생명과 자유 등이 흔들릴 수 있는 위험이 있을’ 경우 자위대는 무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아베 총리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 범위의 구체적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 중에는 중국과의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 영유권 분쟁을 상정한 ‘낙도 지역 불법행위 대응 등도 있다. 또 ‘한반도 유사시 피난하는 일본인 등 민간인을 수송하는 미국 항공기와 함선을 자위대가 호위하는 상황, 공해상에서 미국 함선이 공격받거나 미국을 겨냥한 탄도미사일이 발사되면 자위대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중동 해상무역로 기뢰 제거 활동 등도 포함됐다.                
  한·미·일이 하나로 묶이는 미사일방어체계(MD·Missile Defense) 구축을 위해서도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갖는 문제는 중요하다. 이를테면 일본이 미군 기지로 향하는 북한 또는 중국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거나 요격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그 자체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미국의 아시아 전략과 MD 전략은 한 몸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1997년 1차 개정을 이 같은 흐름의 시발로 보기도 한다. 일본은 1990년 발발한 걸프전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일본은 걸프전에 130억 달러를 지원했지만 국제사회에서 거의 인정받지 못했다. 국제적 분쟁에 개입할 수 없는 일본의 군사·정치적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순간이었다. 일본은 UN 분담금 비율 12%로 미국 다음으로 분담금을 많이 내는 국가지만 UN 상임이사국도 아니며 정식군대를 갖추지도 못한 상태다. 다시 말하면 걸프전에서의 쓰라린 경험이 일본의 ‘보통국가화’ 움직임을 추인했다는 것이다. 1997년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한 이후 일본의 행보는 거침없었다. 2001년 일본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일 발발하자 미군을 지원하기 위해 이지스함을 인도양에 파견했고 2004년 이라크전쟁이 발발할 때도 자위대를 파견했다. 2004년부터는 MD를 실전배치하며 군사적으로 미국과 더더욱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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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미·일 동맹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미·일 동맹에 말려들어가는 한국


 미국과 일본은 한국을 군사동맹에 끌어들이고 있다. 4월 초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일본을 방문했다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양국에서 3국간 군사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동시에 일본은 한·일 군사 당국이 연료와 탄약 등 군수품을 상호 간에 융통할 수 있는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까지 요구할 전망이다. 한국 국방부는 “추진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실제로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복수의 일본 언론들은 4월12일 일본 정부가 5월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성사시키고 한국에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을 요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2일 “미·일 양국 정부는 미군에 대한 자위대의 지원을 확대하도록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하는 것을 지렛대 삼아 한국과 방위협력도 심화시킬 방침”이라며 “일본은 5월 한국과 국방장관 회담을 실현시켜 자위대와 한국군이 연료 등을 ‘상호융통’해주는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을 위한 땅 고르기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은 미국에 대한 후방지원 범위를 넓혀 지금까지 금지되었던 ‘탄약’ 지원도 가능하게 하는 한편 미국 뿐 아니라 타국군에 대한 지원의 길도 열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한반도 유사사태가 발생하면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 대한 군수지원을 할 여지를 열어두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신문>은 이와 관련해 “일본은 (양국 간) 안보협력 가운데 상호군사지원협정 체결을 우선과제로 보고 있다. 이것이 없으면 한국군에 대한 후방지원이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 "현재로서는 한일간 (과거사를 비롯한) 여러 가지 사안들도 있고 해서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한일 국방장관 회담이 성사되면 일본이 상호군사지원협정 체결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언론이 언급한 5월 한일국방장관회의는 5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전보장회의’(샹그릴라 회의)로  얼마남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4월26일 미국을 방문한다. 그는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Trans-Pacific Strategic Economic Partnership) 타결에 대해 중대한 결정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미·일 방위협력지침에 대해 의견 조정을 거의 마무리 지었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4월8일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일본이 이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에 공헌하기 위해 더 적극적인 역할을 다하려는 노력을 환영하고 지지한다”라고 밝혔다.
  카터 국방장관은 4월10일 한민구 국방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한·미·일 정보공유약정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한·미·일 삼국 미사일 방어체계(MD) 통합의 중요 수단이기 때문이다. 한민구 국방장관 역시 북한 핵·미사일 억제를 위해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을 표했다.
한·미·일 군사동맹은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일 간의 군사협정이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방부는 정보공유약정 체결을 불과 사흘 앞두고 일방적으로 그 내용을 발표했다. 일본과의 군사협력이라는 중대한 사안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은 없었다. 한·일간에 상호군수지원협정, 그리고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이 불러올 군사적 파장에 우리 국방부는 현명히 대처할 수 있을까.

이규정 기자 okeygun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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