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진흥계획 10년 시리즈 6회-훈춘 북방의 선전(심천)이 될 것인가

2013.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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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동북진흥계획 10년...질적 변화 접어든 북중경협 6회

차례 

1회. 공동관리 공동운영의 새로운 협력모델

2회. 국경의 빗장을 열어제끼다

3회. 기업 중심의 협력 확대 및 심화

4회. 전력망 연계와 인민폐 결제통화 도입

5회. 러시아 몽골과의 경쟁적 다자 협력

6회. 훈춘 북방의 선전(심천)이 될 것인가

 
동북아의 무역 전진기지 시동건 훈춘
 
지난 1978년 선전특구에서 시작된 중국의 개혁개방은 점→선→면의 확대과정을 밟았다. 동북진흥계획은 그 역순이다. 2003년 초기 단계에서는 동북3성 전체를 대상으로 했으며,  2009년부터는 지린성의 창지투 개방 선도구의 지역 개발로 구체화 되고, 2012년 4월엔 중앙정부가 ‘중국 투먼장(두만강)지역 국제합작시범구를 비준하는 것으로 발전되고 있다.  비유하자면 면→선→점의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창지투 개방선도구는 이제 창춘 지린에 이어 투먼강 지역의 훈춘을 거점으로 설정하고 이를 서로 연결하면서 각각을 사통팔달의 교통망으로 확산시키는 과정이 되고 있다. 지린성 전체로 보면 중심도시인 창춘시와 지린시를 배후지로 연변조선족 자치주에 속한 옌지, 룽징(용정), 투먼(도문)을 개방의 전초지로 삼아 러시아 북한에 인접한 훈춘을 개방의 창구로 삼겠다는 구도인 것이다.   

이 가운데 지린성의 발전에서 볼 때 훈춘은 바다로의 출구라는 점에서 그리고 북중러가 만나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두만강 지역 북중러 협력의 중심거점이면서 서쪽으로는 지린~창춘을 거쳐 내륙의 몽골과 연결시키고, 서남쪽으로는 동변도 철도를 통해 단둥으로 연결한다. 그리고 동쪽으로는 나진을 거쳐 동해를 통해 대양으로 뻗어나가고, 북동쪽으로는 하산~자루비노, 블라디보스톡으로 연결해 동해 또는 시베리아 대륙으로 연결되는 물류망 구축이다. 이른바 동북 지역의 4갈래 대외개방 대통로 구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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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서쪽의 창춘~지린~ 훈춘간 460km를 잇는 왕복 4차로 고속도로는 2010년 9월 개통됐다. 이를 바탕으로 이제 훈춘에서 북한 원정리를 마주보는 취안하(권하)통상구를 거쳐 나진까지의 통로는 기존 꼬불꼬불한 2차선 도로를 2단계로 39km 구간의 고속도로 건설로 보완하는 계획이 입안돼 있다. 고속철도 공사도 한창 진행 중이다. 창춘(장춘)에서 지린까지의 고속철은 2010년 말 완공됐다.

나머지 지린~옌지(연길) ~훈춘으로 이어지는 고속철도는 2014년 완공될 예정이다. 이 고속철도가 완공되면 창춘~훈춘은 2시간 반 거리로 단축된다. 변경의 소도시 인구 20여만의 훈춘은 이제 두만강 지역 협력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앞서 언급했지만 무산광산과 관련이 깊은 허룽~난핑~청진 철도 이외에 고속도로 건설이 추진되고있으며, 투먼~남양~하산을 잇는 철도 개보수 및 연결, 투먼~청진, 투먼~나진의 철도 연결 사업도 2015년 또는 2020년까지 모두 추진한다는 계획이 서 있다.  나진 이외에 청진이라는 동해출구를 더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훈춘은 물류단지와 대규모 산업단지를 결합시키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2012년 4월 중국 국무원의 두만강구역(훈춘) 국제합작시범구 설치계획 비준에 따라 지린성 정부는 5월29일 쑨정차이 성 당서기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합작시범구` 착공식을 열었다. 훈춘에는 1992년에 중국 국무원이 국가급 개발구로 비준한 훈춘변경경제합작구 이외에 훈춘에는 그동안 성급 차원에서 중러상호무역구, 훈춘수출가공구, 두만강구역합작시범구가 있었지만, 쑨정차이 서기가 밝히고 있듯이 공산당 중앙정부의 지원결정으로 ‘ 대개방 대개발로 대발전 대도약’의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시범구는 국제산업합작구역, 국경무역합작구역, 북중 훈춘경제합작구역, 중러 훈춘경제합작구역 등 4개 구역으로 90㎢에 이르며  2020년까지 조성할 예정이다. 훈춘을 동북3성을 넘어 동북아시아의 국제물류 센터이자 생산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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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jpg » 지린성의 주요 고속도로망
 
011.jpg » 지린성의 주요 철도망. 이상 북한과의 철도 도로 연결 추진 프로젝트와 지린성 철도망 및 고속도로망. 출처:교통연구원 및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러한 훈춘의 합작 시범구 설치는  또 다른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의 북중협력이 자원개발에서 나아가 북한의 노동력을 활용하는 쪽으로 확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연변일보>(2013년 2월 5일)의 표현을 빌리면 ‘북중간 위탁가공무역의 빗장이 열린 것’이다.  연변일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1일 국가해관총서는 창춘해관에 보낸 <장춘 해관의 대 조선 위탁가공업무전개 시행동의에 대한 가공무역사의 회신>에서 창춘 해관이 대북한 위탁가공업무를 관할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했다. 이 행정위임에 따라 창춘해관은 하위기관인 훈춘해관에 북한과의 위탁가공무역을 신청한 4개 기업을 승인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북한과의 위탁 가공무역은 지린성은 물론이고 중국내에서도 최초라고 전했다.
 
4개기업은 쌍방울이 투자한 길림트라이방직유한회사, 일본 독자기업 고지마의류(훈춘)유한회사, 중국기업인 훈춘 운달복장유한회사와 훈춘 홍풍제의유한회사 등이다. 의류기업들은 이들의 북한내 생산규모는 년 1500만벌 이상,  무역규모는 1.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운달복장유한회사는 중국내 유명상표인 YOUNGOR로 부터 수주 받은 9만벌의 셔츠를 현지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연변일보>는 가격이 200위안인 의류의 경우 일반무역에서는 54원의 관세가 부과되나 위탁가공무역에서는 관세가 10.8위안으로 5분의 1 수준인데다 북한의 인건비가 국내의 60% 정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상당한 매력이 있다고 전했다.
 
012.jpg » 훈춘 변경경제합작구의 쌍방울 의류 선전입간판. 
 
연변대 경제관리학원의 김성남 교수는 훈춘 말고도 투먼시에서는 IT 분야의 북한 노동력을 활용한 공업단지가 조성됐다면서 최근 지린성정부가 발표한 <중국 동북에서 동북아지역을 향한 개방계획요강 관철시달 ‘2012년-2020년’ 실시의견>에는 이 투먼시의 북한 공업단지를 국가급 단지로 승격시킬데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정부방침으로 북한 인력을 활용한 공업단지를 국가 대 국가간의 합작대상으로 승격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단둥에서 열린 제1차 ‘중조 경제문화관광박람회’에서는 12.6억달러에 72건의 투자무역협력 의향서가 합의됐다.  올해 10월10일 열린 2차 박람회 기간에는 총 20여개 나라에서 1만여명의 기업인들이 참가했으며,  200여건 합작프로젝트 가운데 교통운수, 의류가공, 농산물가공 등 분야에서 모두 16억달러 93건의 투자, 무역합작 의향서가 체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의향서가 실제 투자를 의미하지 않지만 북중의 경제협력은 거스를 수 없는 단계에 와 있다.  
013.jpg » 훈춘 변경경제합작구의 쌍방울 의류 선전입간판.

014.jpg » 훈춘 시내의 러시아적인 풍경들.광고판들은 조선어, 중국어 러시아어 때로는 영어까지 모두 4개국어로 표기돼 있다.
 
훈춘이란 지명은 훈춘허에서 왔다. 훈춘허는 꼬리라는 만주말이라는데, 뜻이 바뀌면서 변경,국경지역이란 뜻으로 됐다고 한다. 만주지역 지도를보면  훈춘은 몸통에 붙은 꼬리모양이다. 지난 97년 클린턴 대통령의 섹스스캔들로 ‘Wag the dog’(꼬리가 몸통을 흔든다)이라는 영화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맥락은 다르지만 말그대로 지금 훈춘이 북방의 동북아 지역을 흔들고 있다.
훈춘/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훈춘 포스코 현대국제물류단지-한국의 유일한 진출
 
훈춘의 포스코 현대국제물류단지는  러시아 프리모르스키 지역으로 연결된 훈춘세관으로 가는 길 양쪽으로 펼쳐진 국제합작 시범구에  조금 못미쳐 오른쪽 길로 접어들어 10여분 들어가는 곳에 있었다. 인근 지역엔 신축 아파트 단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지난해  9월 착공에 들어가 이제 1년여가 지난 시점에서 철골 구조물들로 창고와 사무실은 건물의 윤곽 갖췄다. 넓은 들판에 높은 건물이 없기에 멀리서도 한눈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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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6.jpg » 내년 10월 1단계 시설 완공목표로 공사를 진행중인 훈춘의 포스코 현대국제물류단지(위)와 완성된 모습의 조감도.
 
50년 임차된 1.5㎢(약 45만평)의 부지에 들어설 물류단지는 물류창고, 컨테이너 야적장, 집배송 시설 건물들로 구성된다. 포스코가 80% 현대상선이 20%의 지분투자로  총사업비 1994억를 투입해 2020년까지 3단계로 건설이 진행된다. 사업기획팀의 이승덕 부장은 지난달 31일 간략한 브리핑을 통해 “1기 공사는 전체 부지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0.3㎢ 부지에 컨테이너 야적장, 관리동 기타 도로 녹지 수로 등을 짓고 있으며, 내년 10월에 완공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 부장은 “현재 훈춘 지역의 주요 수송품목인 철광 석탄 등은 생산지에서 중간의 물류기지를 거치지 않고 직송되기에 주요 취급품목이 될 수 없다”면서 “70% 정도가 소비재가 될 것이며, 사료, 자동차 부품, 곡물 등이  취급 품목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지린성의 물류가 “러시아를 통과하는데는 여전히 절차가 까다롭다면서 그러기에 나진항의 경우 개방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포스코의 물류단지가 북한의 개혁개방 및 통일 이후에 대비한 대북 진출 거점이라는 본래의 취지에 맞게 기능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했다. 

포스코-현대 물류단지는 동북 3성의 변화와 북중 협력 그리고 훈춘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한 포스코의 전략적 투자임에 틀림없다.  북 중 러 협력의 거대한 물결 속에서 한국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기에 포스코의 투자는 돋보였지만 유일하다. 고립돼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13일 박근혜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러시아의 나진항 개발투자에 30%의 지분으로 참여하는데  합의했다.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남북관계를 걸어잠근 한국 정부는 이 지역의 변화를 지켜보기만 했다. 지난 6년에 걸쳐 정부가 취한 첫 조처일 것이다. 그러나 실크로드익스프레스라는 거창한 구호가 무색하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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