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란핵 특수’…무기판매 수익 사상최고
위협 느낀 걸프만 국가들 대거 구입
1년새 214억달러→663억달러 껑충
세계시장 78% 점유…2위 러 14배
중국 팽창 우려도 주변국 구매 자극
이란의 핵위협은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대외 과제 중 하나지만, 마냥 골칫거리만은 아닐 듯하다.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의 재스민 혁명 이후 미국 영향력의 쇠퇴가 점쳐졌던 것을 떠올리면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다시 높일 기회가 된 동시에, 무기 판매라는 짭짤한 수입도 챙겼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는 26일 미 의회도서관 소속의 의회조사서비스(CRS) 보고서를 입수해 미국의 무기판매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국외 무기판매는 지난해 663억달러(약 75조원)를 기록해 전세계 무기판매액 853억달러의 77.7%를 기록했다. 2위는 러시아였는데 판매액은 48억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이전 무기판매 최고기록은 2009년에 기록한 310억달러다. 2010년은 214억달러였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로 전세계 무기판매액은 최근 몇년간 상당히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는 이란의 핵위협이라는 새 변수가 생겼다. 걸프 연안국들은 전투기와 방어미사일 등 비싼 무기들을 집중 구입해 미국 무기판매액 신기록의 ‘일등공신’이 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아파치와 블랙호크 헬리콥터, F-15 개량형을 무더기로 구입했다. 사우디의 미국 무기 구매액은 미국 무기 수출액의 절반에 이르는 334억달러에 이른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레이더와 대공방어미사일 등 미국 무기를 사들이는 데 34억9000만달러를 썼다. 오만은 18대의 F-16을 사는 데 14억달러를 썼다.
미국은 이란의 위협에 대비해 원유 생산시설과 수송로를 지키기 위해 아랍 국가들과 공동으로 미사일 방어망을 세우려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는 결국 아랍 국가들이 더 많은 레이더와 요격미사일, 또 이를 제어할 통제·통신시스템을 사야 한다는 말이다. 이란의 핵개발 우려가 계속될수록 돈은 엉뚱하게 미국이 벌어갈 공산이 크다.
이란 외에도 중국의 팽창정책에 대한 우려 또한 미국 무기의 훌륭한 세일즈맨이었다. 인도는 C-17 수송기 10대를 41억달러에 샀고, 대만은 요격미사일인 패트리엇 미사일을 20억달러에 샀다.
한편 전세계에서 거래된 무기의 대부분은 개발도상국들이 사들인 것이다. 개발도상국이 지난해 사들인 무기는 모두 715억달러어치다. 그중 79%인 563억달러가 미국 무기를 사는 데 쓰였다. 개발도상국 무기 구입액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44%에서 크게 상승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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