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특전사 평양 투입’ 발언 후폭풍

김수빈 2012. 0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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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말, 주한미군이 특전사를 북한에 파견하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발언이 다른 사람도 아닌 주한미군 특수전사령관의 입에서 나왔다. 주한미군사령부와 미 국방부는 해당 발언을 보도한 기사가 완전한 날조라고 주장했으나 결국은 특수전사령관의 ‘실언’으로 밝혀졌고, 사령관은 6월초에 있었던 장성급 인사에서 교체되었다. 그러나 이번의 설화(舌禍)는 그 외에도 석연찮은 점들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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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전사령관 공식석상에서 언급…AFP 인용보도로 파문 번져

‘오보’ 발뺌하다 ‘유사시 전제’ 시인…선제적 대북전략 물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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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22일, 플로리다에서는 미 국방위산업협회(NDIA) 주최로 특수전병력 산업컨퍼런스(SOFIC, Special Operations Forces Industry Conference)가 한창이었다. 프리랜서 기자로서 컨퍼런스에 참관하고 있던 데이비드 액스는 그 자리에서 깜짝 놀랄만한 발언을 들었다. 컨퍼런스의 발제자로 참가한 주한미군 특수전사령관 닐 톨리준장이 “평양의 지하 군사시설 정찰을 위해 한국과 미국의 특전사들을 북한에 투입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이다. 

  

 액스는 <와이어드>, <미국의 소리> 등의 저명 언론에 기고를 해왔으며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소말리아 등지에서 종군기자로 활약한 바 있는 베테랑 기자였으나, 한반도의 정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미군이 타국의 자주권을 무시하고 국경을 넘어 병력을 투입한 사례(최근의 유명 사례로는 파키스탄에서 있었던 빈 라덴 사살 작전이 있다)에 익숙했던 그는, 당시 톨리 사령관의 발언에 한국 관계자들이 경악하는 것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는 준장의 발언을 인용하여 기사를 작성했다.

  

 발언이 사실이라면 정전협정에 대한 명백한 위반


 5월 28일, 일본에서 발행되는 아태지역 외교안보 전문지 <더 디플로맷(The Diplomat)>에 실린 액스의 기사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북한은 한국전쟁이 끝나고부터 평양 지하에 수천 개의 터널을 건설하였으며 그 구조는 미군의 위성으로도 파악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주한미군사령부에서는 한국군과 미군을 정찰 목적으로 북한에 투입했다는 것이다. 발언의 장소가 방위산업 컨퍼런스였던 만큼, 톨리 사령관은 여기에 따르는 기술적인 요구사항들을 상당히 자세히 표현했다. 먼저 지하화된 군사시설 내에 무엇이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고 휴대가 용이한 경량화된 센서가 필요하다. 그리고 통상적인 고주파 통신장치가 갖고 있는 문제점인 발신 위치 노출 위험을 줄인 통신장비가 필요하며, 각종 장비의 충전 및 휴대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무선 전력송신 기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매체인 <더 디플로맷>의 이 기사는 세계 3대 통신사 중 하나인 AFP통신이 인용하면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만일 미군이 북한에 특수전 병력을 투입했다는 주한미군 특수전사령관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는 1953년에 체결한 정전협정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 된다. 핵개발 강행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궁지에 몰려 있는 북한에게 미국에 대한 정치적 역공세의 빌미를 줄 수 있는 매우 중대한 사안인 것이다. 

 톨리 사령관의 언급대로 거의 대부분의 군사기반시설이 지하요새화 되어 있는 북한의 경우, 위성 자산 등을 활용한 정보 수집에 명백한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찰을 위해 특전사 병력을 투입하는 것은 매우 위험 부담이 크다. 투입 사실이 발각되었을 때의 역풍은 물론이고, 투입 병력의 일부가 생포되기라도 한다면 국제사회의 여론은 물론이고 국내 여론의 악화까지도 각오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보도가 나오자마자 그 신뢰성을 의심하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한미군사령부는 “보도내용은 완전히 문맥을 벗어난 내용이며, 인용문 자체가 조작된 것”이라며 보도내용을 강력히 부인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미 대두되고 있던 회의론에 주한미군사령부의 부인이 더해지자 액스의 기자로서의 자질에 대한 비난까지 쏟아졌다. 유능하기로 이름 높았으나, 한반도의 특수한 정황에 대해서는 무지했던 한 군사전문기자의 대형사고 정도로 모든 일이 정리될 조짐이었다. 

 심지어 액스의 기사를 게재했던 <더 디플로맷>은 액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사령부의 성명을 이유로 기사를 삭제하였다. 기자로서 의지할 수 있는 곳이 남지 않게 된 액스는 모든 비난을 홀로 감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당시 같이 있던 다른 기자들 증언 모으는 등 외로운 싸움


 그는 자신의 기사가 결코 왜곡·날조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외로운 싸움에 나섰다. 자신의 블로그에 입장을 표명하는 글을 올리고, 당시 컨퍼런스에 있었던 다른 기자들의 증언을 모으기 시작했으며, 컨퍼런스를 주관한 미국방위산업협회에 발언록을 요청했다. 그러나 발언록은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주한미군사령부의 “인용문 조작” 발표와는 달리, 당시 톨리 사령관이 그러한 발언을 한 것이 사실이라는 증언이 잇따랐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기자가 기록하여 액스에게 제보한 톨리 사령관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그들(북한)의 군사인프라는 모두 은폐되어 있어 위성을 비롯한 우리의 정보감시정찰 자산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그래서 우리는 거기에 사람을 보낸다(So we put humans in there). 우리 전쟁계획의 세부사항은 말할 수 없지만, 우리는 구식 특수 정찰 임무를 위해 한국군과 미군을 북에 보낸다(we send ROK soldiers, Koreans, to the north, and U.S. Soldiers, to do the old special reconnaissance mission). 우리가 80년대 유럽에서 하던 것과 대체로 유사하다.”

  

 주한미군사령부의 발표로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이번에는 조지 리틀 미 국방부 대변인이 직접 나서서 보다 강력히 해당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또한 보도 내용에 대해 “왜곡되고 비틀어진 오보”라는 매우 강한 비난까지 덧붙였다. 기자로서의 생명이 위험에 처한 액스는 그간 접수된 다른 기자들의 증언 등을 모아 국방부 부대변인인 제임스 그레고리 중령에게 전달하며 펜타곤의 응답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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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그레고리 부대변인이 액스의 보도 내용에는 틀림이 없음을 인정하였다. 어디까지나 중요한 사실은 미군이 북한에 침투한 적이 결코 없었다는 것이며, 톨리 사령관의 발언의 본의는 유사시를 가정한 것이었으나 실수로 현재시제로 표현하여 오해의 소지를 남겼다는 것이다. 곧이어 톨리 사령관은 기자들에게 전달한 성명서에서 다음과 같이 자신의 ‘실언’을 인정했다. 

 “제 의도는 우리(미군)가 한국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적 해결책에 대한 맥락을 제공하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논의는 테크놀러지가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해당 기사에 대해 더 검토를 해보니 제 발언이 옳게 인용된 것 같습니다. 제가 보다 명확하게 말했어야 했습니다. 테크놀러지가 우리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저는 현재시제를 사용했습니다. 저의 표현이 부정확했고, 그리하여 청중들을 잘못된 결론으로 이끌 수 있는 여지를 남겼습니다. 그러나 다시 분명하게 말씀드리자면, 우리는 단 한 번도 북한에 특수부대를 파견한 적이 없습니다.” 

 

 미 국방정보국 기밀문서에도 공수단 북쪽 투입 언급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후인 6월 1일, 미 국방부에서는 장성급 인사 조치를 발표하였는데 여기에는 주한미군 특수전사령관을 아프가니스탄 국제평화유지군 북부지역 사령관을 맡고 있는 에릭 웬트 준장으로 교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연스레 톨리 사령관의 ‘실언’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국방부에서는 톨리 사령관의 임기가 이미 막바지에 이르렀기(이는 사실이다) 때문에 통상적인 인사 조처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실제로 미군이 그동안 북한에 특수전 병력을 투입하여 왔다고 보기란 어렵다. 톨리 사령의 발언은 분명 ‘실언’이다. 그러나 이번의 설화는 몇 가지 석연찮은 점들을 남겼다.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카터 행정부가 전두환 군부의 시민 무력진압을 용인했다는 사실을 비밀해제 문서를 통해 밝혔던 언론인 팀 셔록은 5월 31일에 미국의 싱크탱크인 외교정책포커스(Foreign Policies In Focus)의 홈페이지에 기고한 글에서 미군의 특수부대 북한 투입 계획에 주목한다. 그는 자신이 입수한 기밀해제 문서를 근거로 미국과 한국이 유사시 북한 내에 특수전 병력을 투입하는 계획을 세워왔다고 주장했다. 

 그가 1984년에 입수한 미 국방정보국(DIA)의 기밀문서에 따르면, 1982년 당시 한국군은 휴전선 인근의 두 공수여단을 광주와 청주에 재배치했다. 당시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전라남도를 필요할 경우 무력으로 통제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재배치가 되면서 이들 공수여단은 새로운 전시 임무를 부여받았다. 공군의 지원을 받아 북한의 북쪽 국경 지대로 투입된다는 것. 톨리 사령관의 ‘실언’은 당시에 세워진 계획이 오늘날에 이르러서도 커다란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으며 심지어 지속적인 보완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일 수 있다. 

 

 국방장관 지난해 북 장사정포 선제적 대응 방안 청와대 보고

  

 우리나라 현 정부의 계획은 어떨까? 김관진 장관은 작년 1월, 북한의 비대칭 위협에 대한 대비 계획을 비밀리에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 있다. 당시 김 장관은 북한의 주요 비대칭 위협인 핵미사일과 장사정포 전력에 대한 선제적 대응 방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선제적 대응 방안에는 톨리 사령관의 발언과 마찬가지로 특수부대를 투입하여 북한의 미사일 기지 등을 제압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고, 해군의 UDT와 육군 특전사 전력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와 향후 장비 보완을 통한 새로운 임무 부여에 대한 심층적 검토가 이루어진 것으로 군 관계자는 전한다. 북한은 최근 후방의 특수전 전력을 전방의 경보병 대대로 통합하여, 유사시 특수전 부대를 일선에 앞세워 타격을 감행하는 식으로 특수전 부대를 재편하였다. 이에 따라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특전사 전력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톨리 사령관이 컨퍼런스에서 토로한 바와 같이, 북한의 군사 전력은 대부분이 지하요새화 되어 있고, 장사정포 등도 갱도를 통해 이동식으로 구축되어 있어 공중 전력으로는 완벽한 제압이 어렵다. 결국 유사시에는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특수부대가 직접 투입되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요구가 대두된 것이다. 

  

 무력의 사용에는 살상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어떠한 경우에 이러한 무력의 사용이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인가는 고대 인도의 대서사시 <마하바라타>의 주요한 테마일 정도로 오랜 고뇌와 성찰의 대상이었다. 유엔 헌장의 제1조 4항은 자위권 행사 외의 무력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상은 아우구스티누스에서 토마스 아퀴나스에 이르는 ‘정의로운 전쟁론(Bellum iustum)’ 전통에서 연원한 바 크다. 

  

9·11테러 이후 부시정부의 패러다임 전환, 한반도에도 ‘상륙’?


 정의로운 전쟁론은 크게 두 가지의 판단 기준, ‘정당한 원인(Jus adbellum)’과 ‘정당한 방식(Jus in bello)’을 갖는다. 유엔 헌장이나 로마 규정(국제범죄의 형사 처벌에 관한 국제형사재판소 규정)은 ‘자위권’ 차원에서의 무력행사만을 인정하고 있고, 통상적으로 이는 ‘방어적’ 차원에서의 무력행사만을 인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현대전의 양상이 과거와는 현격하게 달라지면서 과거에는 어느 정도 합의점이 분명한 편이었던 ‘정당한 원인’과 ‘정당한 방식’에 대한 인식의 틀 또한 급변하게 되었다. 9/11 테러 이후 부시 정부가 제시한 ‘선제적 전쟁(preemtive war)’ 방침은 그러한 패러다임 전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최근에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개발에 반발하여 폭격을 공언하며 공군 전력을 준비시킨 사례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에 있다. 지금까지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은 우리와는 아직 거리가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유사시에 특전사 전력을 투입하겠다는 현 정부의 복안은 이미 우리나라의 안보 현실에서도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함의를 갖는다. 현 정부의 ‘적극적 억제’ 전략의 숨은 뜻과 맞물려, 톨리 사령관의 발언 파문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액스 기자의 보도를 다룬 주한미군사령부의 방식에 대해서도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컨퍼런스 당시 이미 톨리 사령관은 자신의 발언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던 다른 기자는 개인적으로 톨리 사령관을 찾아가 해당 발언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을 요청하였고, 준장은 다음과 같이 답하였다고 액스 기자에게 제보하였다. 

  

 “아뇨, 아닙니다. 제가 의미한 것은 미래의 전쟁 계획에 관한 겁니다. 전면전 같은 상황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미군과 한국군 팀을 후방으로 투입할 것이고, 이들은 충분한 병참 지원 없이 정보를 수집해야 할 겁니다. 북한은 이미 굶주리고 있고 만일 전면전이 발발한다면 우리쪽 인원들은 각자 보급물자를 스스로 휴대하고 다녀야 합니다. 장비 또한 배터리나 태양광으로 충전하여 자족이 가능해야 할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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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이미 사적으로나마 이러한 답변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 사령부쪽에서는 발언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대신, 기사를 쓴 데이비드 액스가 발언을 날조하였다고 비난한 것이다. 특정한 소속이 없는 프리랜서 기자로, <더 디플로맷>이 자신의 기사를 삭제함에 따라 의지할 곳이 없게 된 데이비드 액스는 기자로서의 생명을 걸고 스스로를 변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한 전직 네이비실 요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데이비드 액스가 부담감으로 자살했다는 루머를 흘리기도 했다(그는 이후에 자신의 글이 풍자였다고 밝혔다). 비록 루머에 불과했으나 당시 액스 기자가 겪었을 고초를 상상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결국 톨리 사령관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교체되고 나서, 액스 기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짤막한 술회를 남겼다. 만일 자신의 기사가 문제가 되어 문책성 인사 조치를 받게 된 것이라면 이는 준장에게 정말로 미안한 일이라고 밝히면서, 액스 기자는 당시에 주한미군사령부에서 조기에 ‘발언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고 인정하였으면 큰 문제로 번지지는 않았을 터인데 왜 자신의 기사를 날조로 몰아 논란을 확산시켰는지 반문하였다.

  

 주한미군사령부 권위적 언론대응 말…국방부 공보담담관도 불만


 사실 주한미군사령부의 언론 대응방식이 불화를 초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24일, 25개 언론사 기자들로 구성된 국방부 기자단은 이례적으로 주한미군쪽에 “권위주의적”인 언론 대응방식을 바꾸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문제의 발단은 <코리아타임즈>의 이태훈 기자가 존 맥도널드 한미연합사 작전참모부장과의 인터뷰를 미담 형식으로 수정해 달라는 연합사쪽의 요청을 거절하자, 연합사에 의해 그 이후에 있었던 태평양사령관 기자회견에서 일방적으로 배제당한 일이었다. 당시 회견 이후 국방부 기자단에서는 로클리어 태평양사령관이 “북한 핵실험 시 정밀타격도 고려”하고 있다는 헤드라인으로 일제히 기사를 내보냈다. 

 곧이어 태평양사령부쪽에서는 어디까지나 “모든 선택지를 고려해보겠다”던 사령관의 발언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하였다. 이태훈 기자의 4월 18일자 <코리아타임즈> 기사를 보면, 당시 국방부 기자단에서도 보도에 과장된 면이 있었음을 알고 있었으나 주한미군의 공보 대응에 대한 일종의 항의 표시로 당시의 기사들을 수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불만은 비단 국방부 기자단만은 아닌 듯하다. 이태훈 기자의 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방부의 공보 담당관들도 마찬가지의 불만을 표한다고한다. 그들은 “우리쪽과 협의를 하거나 사전에 알려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일이 잦고, 주한미군에게 유리한 정보만 제공한다. 미군쪽에 중요한 움직임이나 사건이 있을 때면 전화 연락도 받지 않고 제때에 답을 주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로클리어 태평양사령관의 사례나 이번 주한미군 특수전사령관의 발언 파문 모두 근본적으로는 언론 대응의 실패 사례이다. 군인은 평시에는 일종의 외교관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고도 볼 수 있으며, 언론에 보도되는 말 하나 하나가 국제 정세는 물론 국방 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비롯한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사소한 말 한 마디도 엄청난 파급력을 지니게 된 오늘날, 군의 언론 대응 방식 또한 과거와는 다른 세심함과 신속함이 요구된다. 주한미군사령부의 적절한 언론 대처 능력이 아쉬운 이유이다.

  

 김수빈 <디펜스21+> 기자 subin.b.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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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빈
디펜스21+ 기자
우리나라 공군 최초의 패트리어트 작전장교(TCO) 중 하나. 번역서로 <우정의 가치(까만양)>, <실비오 게젤의 경제학의 정신(인카운터)>이 출간 예정이며, 음악과 영성에 대해 다룬 <음악의 숨겨진 차원(김영사)>을 쓰고 있다.
이메일 : subin.kim@outlook.com       트위터 : @SubinBKim      
블로그 : http://plug.hani.co.kr/thew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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