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휴민트 정보’ 노리는 일본, 얻을 것 별로 없는 한국

하어영 2012. 0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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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진 국방부 장관(왼쪽)과 기타자와 도시미 일본 방위상이 2010년 1월10일 서울 용산 국방부 대회실에서 한-일 국방장관 회담 시작 전 악수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일 군사정보협정 ‘몰래 의결’] 한-일 정보교류 득인가 실인가 
                                                               *휴민트 정보 : 정보원을 통해 얻는 정보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강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이 협정에 따라 정보교류가 이뤄지더라도 한국 안보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한국은 별로 얻는 게 없고 일본만 한국의 휴민트(HUMINT) 정보를 활용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일본 자위대가 첨단 정찰 정보자산을 보유한 만큼 한-일 군사정보 교류가 대북 억지력을 발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일본은 공중조기경보통제기 4대와 조기경보기 12대, 이지스함 6척, 광학위성 2기, 레이더위성 2기 등 우수한 첨단 정보자산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자위대의 첨단 정보자산이 꼭 가치있는 정보를 생산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전문가들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안보 분야 고위관리는 “조기경보통제기는 전시에 아군기와 적기가 한꺼번에 수십, 수백기가 떴을 때 이를 정확히 식별하고 통제하는 전술적 의미가 큰 것”이라며 “우리도 이미 3대를 도입해 운용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관리는 “필요한 위성 정보도 미국과의 정보교류를 통해 얻고 있다”며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지 않은 정보도 있지만, 그렇다고 일본이 이런 정보를 한국에 주겠느냐”고 말했다.

일본의 첨단 정보자산은 전시 때만 전술적 의미 커

휴민트로 정보력 커진 일, 북에 위협 부풀릴 가능성도

일본의 정보력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김종대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은 “문제는 첨단 정보자산의 유무가 아니라 수집된 정보를 제대로 해석해낼 능력이 있느냐의 문제”라며 “일본의 정보 실패는 셀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4월 북한의 로켓발사 때 한국은 발사 즉시 이를 포착했으나, 일본은 20분 뒤에나 북한의 로켓발사를 확인했다. 일본도 핵심 정보는 미군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일본은 한국과의 정보교류로 그동안 접근하지 못한 대북 정보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특히 2008년 8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사실을 한국이 먼저 알아낸 뒤 정보원을 활용한 한국의 휴민트 정보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휴민트 정보는 한번 잘못 유출될 경우 자칫 정보원이 희생되는 것은 물론 무너진 인적 네트워크를 복구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일본과의 정보 공유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 전문가는 “정찰 정보는 ‘돈’이지만 휴민트 정보는 ‘사람’”이라며 “정찰 정보와 휴민트 정보를 등가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한국이 제공한 대북 휴민트 정보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김종대 편집장은 “일본 정치인들은 정치적 목적으로 북한의 위협을 부풀리곤 한다”며 “민감한 대북정보는 이를 위한 더없이 좋은 재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얻을 것은 별로 없고 오히려 부작용 우려가 많은데도 정부가 서둘러 협정을 추진하는 것은 이 협정이 단순히 한-일 정보공유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방증이란 분석도 나온다. 익명의 전직 안보관련 고위관리는 “지금보다 남북간 군사대치가 심각할 때도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 등 대북 억지력은 충분히 효력을 발휘해왔다”며 “대북 억지력이 아니라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3각 군사협력 강화 목적 말고는 달리 설명이 어렵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하어영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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