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덴만작전 ‘성공’확신 없이 실행했다

2011. 0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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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방 “피해 커질까 고민…대통령이 결단”
‘구출까지 2시간’ 선원들 총격위험에 노출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인질 구출작전은 큰 피해 없이 마무리됐지만, 군 당국은 작전 시작때까지도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김관진 장관은 26일 언론사 정치·사회부장들과 간담회에서 ‘구출작전 실시 전에 성공 가능성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만일 인명 피해가 1~2명에 그친다면 국민이 납득하겠지만, 피해규모가 더 커지면 무모한 작전이었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겠느냐”며 “이런 부분이 고민됐다”고 대답했다. 김 장관은 이어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께서 결단을 내렸다. 참 고맙더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또 작전 개시 초기까지만 해도 작전 실패에 대한 걱정과 부담이 컸음을 털어놨다. 그는 “구출 작전 개시 뒤 선교에 있던 해적 한명 사살, 그리고 좀 있다가 또 한명 사살이라는 보고가 들어왔을 때야 작전이 성공할 수 있겠구나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국방부 당국자들도 지난주 인질 구출 작전에 대한 엠바고(보도자제)를 요청하며 기자들에게 “구출 작전을 한다면 완전작전(우리 쪽 희생없이 작전 성공)이 이상적이지만 경우에 따라선 부분적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했다. 작전 중 인명 피해가 나더라도 국민들이 이해해줘야 한다는 분위기 조성 차원의 선제조처였다.

 

인질 구출작전의 관건은 충분한 정보 수집, 명확한 작전 목표 수립, 적재적소의 기습 등이 꼽힌다. 이번 구출 작전 뒤 군 내부에선 적재적소의 기습은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군 소식통은 27일 “인질 구출 작전은 1초라도 빨리 최대한 신속하게 진입해 타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수 부대원들은 훈련 과정에서 ‘인질 구출 작전 개시 뒤 30초가 지나면 인질의 15%가 사망하고 5분이 지나면 전원이 사망할 수 있다’고 교육받는다”고 말했다.

 

군 내부에선 이번 인질 구출작전이 57개나 되는 선박 격실에서 이뤄진 점을 고려하더라도 인질구출 완료에 2시간 가량이 걸린 대목은 문제란 지적이 나온다. 인질 구출 시간이 너무 길어져 소말리아 해적이 구출작전에 맞서 인질들을 위협하거나 사망한 동료 해적에 대한 보복으로 인질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할 위험이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1일 청해부대가 구출작전을 시작하자 해적들은 삼호주얼리호 선교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대피한 한국 선원들의 얼굴을 일일이 확인한 뒤, 일부러 지그재그로 운항해 해적 본거지 도착을 늦춘 석해균 선장에게 앙갚음 차원에서 조준사격을 여러 발 가했다. 만약 해적들이 다른 선원들에게도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면 대형 참사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군 소식통은 “인질 몸값 받아내기가 목적인 소말리아 해적이 아니라 정치·종교적 목적의 과격 테러집단이라면 구출작전에 맞서 인질을 위협해 인명 피해가 휠씬 컸을 것”이라며 “아덴만 여명 작전은 결과적으로 성공했지만 앞으로 다양한 성격의 한국인 납치 사건을 모두 인질구출작전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발상은 성급하고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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