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승리와 2013년 한반도
[세상읽기]

먼저 국방비 감축에 대해 롬니가 “미 해군 전함의 양적 규모가 1917년대의 그것과 같다”며 비판한 대목이다. 이에 오바마는 “우리가 1916년 당시보다 더 적은 수의 배를 갖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 군의 성격이 변했기 때문에 그때보다 말과 총검도 적게 갖고 있다”고 말해 청중이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재정절벽’이라고 불리는 미 정부 재정의 한계상황이 도래하면 자동적으로 연방정부 예산의 4%가 삭감되도록 되어 있는데 그 주요 대상이 국방비다. 오바마는 무조건 군비를 감축하고, 그 부담을 동맹국으로 전가할 수밖에 없다. 우리로서는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및 첨단무기 도입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둘째는 최근 크리스토퍼 힐 전 대사의 ‘개념계획 5029 수정’ 발언이다. 지난주에 전직 국무부 차관보들이 모인 간담회에서 힐 대사는 미국과 중국이 협력하여 북한의 불안정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로 기존의 북한 불안정 대비 군사계획인 5029를 수정하는 방향을 시사했다. 이 주장은 2009년부터 미국이 우리 국방부를 지속적으로 압박했던 내용으로, 어느 날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 유사시 북한이 불안정해지면 핵무기를 통제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이 북한을 공동으로 관리한다는 내용을 담은 ‘개념계획 5029’의 부속문서를 만들자는 것이 우리 국방부에 가한 압력의 내용이다. ‘한국 주도의 통일’을 신봉해온 우리 국방부는 몇년째 답변을 회피해왔다. 그러나 제2기 오바마 행정부는 이 압력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셋째는 마지막 방송토론이 열리던 무렵에 국방부 고위 관리가 “아프간에서 4만명의 병력이 철수하여 아시아로 이동한다”고 밝힌 대목이다. 아시아로 이동한다면 그 대상은 우리나라가 될 가능성이 높고, 이럴 경우 한미연합사 해체, 한수 이북 주한미군의 후방 철수라는 기존 일정표도 수정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전작권 합의가 왜곡되거나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이 세가지는 2013년 한국의 새 대통령에게 부담스러운 변수다. 특히 차기 국방장관으로 거론되는 미셸 플러노이 국방차관은 2009년부터 ‘4년 주기 국방태세 검토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미래의 주한미군은 북한 불안정 사태와 동아시아 안보위기를 관리하는 기제라는 구상을 가다듬었다. 한-미 동맹의 전통적 의미를 초월하는 구상으로서 역시 우리에게는 부담스럽다.
반면 제2기 오바마 행정부가 재선 부담 없이 북한과의 양자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우리의 안보 부담을 한결 줄여줄 여지가 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이 무엇이든 2013년에 우리가 한반도 정세를 주도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지 않으면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흡수되고 안보 부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이를 극복할 유일한 대안은 남북의 협력과 평화공존이다. 올해 대통령 선거의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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