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동해에서의 첫 합동 상륙작전 돌입

강태호 2015. 0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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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지중해에서 열린 해상 연합-2015 I 합동군사연습에 참여한 두나라 지휘부


  지난 5월 지중해에서 공동으로 해상 군사연습을 전개했던 중국과 러시아가 이번엔 8월 24일부터 동해에서 본격적인 군사연습에 돌입했다. 20일부터 전개된 이번 훈련은 28일까지 동해와 블라디보스톡 인근의 피터 대제 만에서 진행된다. ‘해상 연합(Joint Sea)-2015 Ⅱ’로 명명된 이번 군사연습은 중국쪽에서 헬기 6대, 전투기 5대, 수륙양용 장비 21대, 병력 200명이 참여한다. 러시아쪽도 함정 16척, 잠수함 2척, 해군전투기 12대, 수륙양용차 9대, 병력 200명을 파견해 병력규모는 400명으로 적지만 다양한 무기들이 동원된다.  중국 해군 함정이 블라디보스톡 항에 입항한 것은 2013년 이후 2년여 만이다. 반관영 통신인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은 “양국군이 공동으로 (동해에서) 상륙 훈련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러 양쪽이 밝힌 연습 내용을 보면 상륙작전 이외에 해상 연락망 방어, 반잠수함 훈련, 대공방어 훈련 및 반함 대응 훈련 등이 포함돼 있다.
 동해(일본이 보기엔 일본해)에서의 합동 군사연습인데다 일본 서쪽 해안으로부터 불과 650km 떨어진 곳에서 진행되는 군사연습이라는 점에서 일본의 집단자위권 확대 등 미일 군사동맹 강화에 대한 맞대응으로 볼 수밖에 없다. 중러는 이를 숨기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에게는 북한의 나진 선봉과 자루비노 항 등 러시아 극동항만을 통해 바다로 나가는 동북3성의 동해출구 전략을 뒷받침하는 의미도 있다. 중러 양국은 내년 5월엔 ‘해상연합 2016’로 실시될 이 합동 군사연습을 아예 중국과 필리핀 등 아세안국가들이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에서 전개한다는 데 합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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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20일 상하이에서 열린 해상연합- 2014 합동군사연습 개막식에 참석한  푸틴 시진핑 두 정상



 중국의 군사굴기를 과시할 전승절 열병식 무대
 
 이번 합동 군사연습은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파시즘 전쟁(제2차 대전) 승리 70주년’(9월 3일) 열병식을 앞두고 진행되는 것이다. 지난번 5월 지중해에서의 군사연습(해상 연합 2015-I)이 모스크바 전승절 기념행사에 시진핑 주석의 참가한 것과 연계돼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연습은 9월3일 베이징 전승절 기념식과 푸틴 대통령의 이 행사 참석을 앞둔 시점을 택했다. 두 나라는 또한 중국이 지난 5월 모스크바 전승절 기념 군사퍼레이드에 의장대 병력을 파견한 데 이어 러시아 역시 9월 베이징 텐안먼 광장의 군사퍼레이드에 의장대 병력을 파견했다. 반파시즘 제국주의 전쟁에서의 승리에 중러가 커다란 공헌을 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피로 맺어진 연대감을 상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 국가 주석은 5월 모스크바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기에 앞서 러시아 신문에 ‘역사를 명심하고 미래를 창조하자’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직접 이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두나라 국민들이 2차 대전에서 ‘선혈과 생명으로 전우애를 맺었다면서 “중화민족과 러시아 민족은 위대한 민족이다”라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지도부는 이처럼 중국과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세계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인류공동의 진보를 위해 기여하는 것’으로 부각시키는 한편, 9월 3일 텐안먼(천안문) 광장에서 진행할 열병식(군사퍼레이드)을 대국으로서의 중국의 군사적 위상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무대로 준비하고 있다. 중국은 이번 열병식에 지난(濟南), 난징(南京), 광저우(廣州), 베이징(北京), 선양(瀋陽), 란저우(蘭州), 청두(成都) 등 중국의 7대 군구, 해군, 공군, 제2포병, 무장경찰(준군사조식), 인민해방군 4대 총부 직속단위 등에서 선발된 대원과 군장비들이 참가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전략미사일 부대인 제2포병의 열병식 참가를 확인함에 따라 신형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DF(둥펑)-31B, 일명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중국 해군의 대함 탄도미사일(ASBM) 둥펑-21D 등 최신 전략무기들이 공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열병식 영도소조 판공실 부주임을 맡고 있는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작전부 취루이(曲叡) 부부장은 “우리는 신중국 건국 이래 수도에서 14번의 국가경축 열병식을 개최했다”며 “이번 열병식은 세계평화를 수호하고 국가주권과 안전, 발전이익을 지키겠다는 우리의 강력한 입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취 부부장은 “(군)장비부대는 중국이 만들어 현역에 배치한 주요 전투장비들을 보여줄 것이다. 매우 많은 부분이 처음으로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열병식 부대는 항일전쟁 시기 일본군과 맞서 싸웠던 팔로군, 신사군, 동북항연, 화남유격대 등을 모방해 편성됐다고 한다.
   중국이 그동안 14번의 열병식 가운데 가장 성대하게 치른 것은 2009년 건국 60주년 기념 열병식이었다. 당시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사열했다. 그러나 이는 중국 내부 행사였다. 이번 열병식에 중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70여개국 정상을 초청했으며,  러시아·몽골·카자흐스탄 등 10여 개 국가 의장대까지 참여하는 대규모 국제행사로 준비하고 있다. 취 부부장은 “이번 열병식의 참가 병력은 총 1만2000여 명이며  열병식에는 모두 50개 제대(梯隊)가 행진을 한다고 밝혔다. 이중 공군은 10개 제대 200여 대의 항공기가 참가한다. 또 40개 종류의 500여 개의 무기도 27개 제대로 나눠 공개된다. 항일(抗日) 전쟁에 참전했던 공산당 부대인 팔로군·신사군·동북항일연군 출신의 노병들은 2개 제대로 나눠 차량에 탑승해 참가한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90세인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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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망이 최근 공개한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개국식에서 분열식에 참여한 중국 인민해방군 기병부대의 행진모습.

 

  톈안먼 광장에서의 열병식(군사 퍼레이드)은 인민해방군이 베이징 도심의 창안제(長安街)를 통해 광장에 집결하는 형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중국공산당 선전부 왕스밍(王世明) 부부장은 지난 7월 “이번 열병식은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국무원,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당 중앙군사위 원회 명의로 거행된다”고 밝혔다. 이번 열병식의 주제는 ‘역사를 새기고, 선열을 추모하며, 평화를 소중히 여기고, 미래를 연다’로 정해졌다. 시진핑 당 총서기는 이들 기관을 대표해 중요한 연설을 하게 된다. 시 주석은 또 이 열병식에서 항일전쟁 노병들을 초청해 직접 기념훈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9월 3일 열병식의 역사적 의미와 중러 공동개최

 

 남북한 일본이 8.15를 해방기념일 패전 종전일로 기념하고 있는 것과 달리 미국에서는 일본이 공식적으로 항복 문서에 서명한 1945년 9월 2일을 승전 기념일로 삼고 있다. 영국도 일본 ‘천황’이 국민에게 항복을 공표한 날인 8월 15일을 승전 기념일이라고 부르고 있다. 반면에 중국과 러시아는 9월 3일을 전승기념일로 삼고 있는데 일본이 9월2일 미주리호에서 항복문서에 서명했으나 효력은 다음날인 9월 3일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미주리호 함상에서의 항복 문서 조인식에는 연합국 총사령관 자격으로 미국의 더글러스 맥아더 원수가 서명했고, 미국·중국·영국·소련·오스트레일리아·캐나다·프랑스 등이 승전국 대표로 차례로 서명했다.
   중국은 2014년에 이 9월3일을 법정 국가기념일로 제정했으며, 시진핑 주석은 2014년 2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 참가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러시아 정부와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행사를 공동 개최한다는데 합의했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2015년 함께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와 중국 인민의 항일전쟁 승리 70돌을 기념하는 행사를 공동 주최하기로 했다”면서 “행사를 통해 역사를 기억하고 후세의 교훈으로 삼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당시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러 양국은 2차 대전의 아시아 및 유럽의 양대 주요 전장이었다”면서 “양국은 상대국의 기념행사에 지도자들이 서로 참석하는 것을 포함해 경축·기념행사를 공동으로 개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언론과 지식인들은  2차 대전에 대한 서방의 역사인식과 달리 주요한 전쟁터는 두나라였으며, 반파시즘 전쟁에서의 승리의 주역 역시 두 나라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 저변에는 이러한 올바른 역사인식에 바탕해 세계 평화와 새로운 질서 수립에서 중국 러시아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중국 <쾅밍일보(광명일보)>의 <중국 항전이 세계반파시즘 전쟁에서 가지는 위치와 역할>이라는 논설은 그런 인식을 대변하고 있다.
  “전쟁 당시 중국은 세계반파시즘 4개국의 하나로 중국의 전쟁터가 바로 아시아의 주요 격전지이자 세계반파시즘 주요 격전지의 하나였다. 그러나 냉전으로 인해 전쟁 후 70년간 중국의 세계반파시즘 전쟁에서의 중요한 위치와 역할은 서방 세계로부터 홀대를 받아 합당한 존중을 받지 못했고, ‘잊혀진 전우’가 되었다. 이는 불공정한 처사다.”
 지난 5월 9일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군사퍼레이드 행사에서 푸틴 대통령의 오른편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리했으며, 이번 텐안먼 행사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그 자리에 서 있을 것이다. 중러의 이런 협력은 두지도자간의 강력한 유대감이 작동하고 있다. 지난 2014년의 경우만 해도 시진핑 주석은 2월 소치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정상회담을 비롯해 11월 베이징 아펙 정상회담 등 모두 5차례나 정상회담을 했으며, 이런 두지도자간의 정상회담은 올해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5월 모스크바 전승절을 계기로 한 정상회담 이외에 7월엔 러시아 우파에서 열린 브릭스(BRICS) 및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별도로 회담을 했으며, 다시 두달만인 9월초 베이징 텐안먼 광장에서 두 정상은 어깨를 나란히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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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아펙 정상회의에서의 오바마, 푸틴 시진핑(왼쪽부터)


 러시아 전문가들은 중러의 이런 전략적 협력관계가 세계의 지정학적 상황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초래하고 있으며, 이는 나토의 동진정책이 초래한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러시아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  뱌체슬라프 이그루노프 인문정치연구국제연구소 소장은 “현재 중국은 국제무대의 매우 중요한, 또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러시아에게) 서방과의 긴밀한 협력이 요원해진 상황에서 현재 유일한 대안은 러-중 협력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민간 외교자문단체 ‘외교국방정책회의’의 표도르 루키야노프 의장은 지난 3월 ’러시아 크림반도 합병 1년… 국제 상황 어떻게 변했나‘(스푸투니크 3월26일자) 라는 기고문에서 “크림의 사례에서 러시아는 서방이 넘어서는 안 될 ‘금지선’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었다”면서도 중국이 유라시아 최대강국으로 부상한 것을 가장 큰 변화로 꼽았다. 그는 “중국이 유라시아의 최대 강대국으로 부상한 점은 어쩌면 우크라이나 위기가 낳은 예기치 못한 가장 중요한 결과일 지도 모른다. 그 결과는 러시아는 물론이고 유럽연합(EU), 미국 모두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실크로드 경제권’ 창설 이니셔티브가 때마침 러시아와 EU가 우크라이나를 놓고 대립의 절정으로 치닫고 있던 시기(2013년 가을)에 발표됐다는 점도 상징적이다. 중국은 보란듯이 어떤 경쟁과도 거리를 유지하면서 나머지 프로젝트들을 모두 ‘우회하고’ 가능할 경우 그것들을 아예 흡수해버리는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게다가 중국이 제공할 수 있는 자원의 규모 면에서 중국에 필적할 만한 나라도 존재하지 않는다. 달리 말하면, 나머지 행위주체들(러시아와 EU, 미국)은 유라시아에서 무엇보다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정치적 도구를 휘두르고 있는 반면, 중국은 ‘현금’과 정치적 중립성을 제시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2차대전의 의미와 그 승리의 역사를 강조하는 것은 그 자체로 식민지 지배와 전쟁 문제에 대한 아베 정부의 역사인식과 일본의 집단자위권 확대를 용인하며 아태 지역의 군사적 재편을 추진하는 미국을 겨낭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2차 대전 70주년 행사는 중러가 2차 대전 승전국으로서 이제 전후의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데 공통의 입장에 서 있음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며, 여기엔 미국이 패전국 일본의 군사적 역할을 용인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만들어놓은 미일 안보조약 등 샌프란시스코 체제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도 함축하고 있다.(계속)


강태호 선임기자 kank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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