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정부의 대외전략-신실크로드와 북극해를 향한 야망

2015. 0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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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실크로드 전략(일대일로)은 중국의 주변국을 아우르는 새로운 협력의 관계를 모색하는 경제발전 전략이자, 세계경제의 질서를 바꾸는 시진핑 정부의 대외정책의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육상에서 유라시아 대륙을 연결하고 해상에서 동남아 인도양을 지나 아프리카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길 이외에도 중국은 일찍부터 아이슬란드를 통해 북극해로 가는 길을 열어가고 있다. 세계로 가는 길을 통해 대국으로 성장해가는 중국의 이런 움직임을 유럽은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는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한국판) 9월호에서 분석한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지정학적 변화를 초래할 중국의 이런 야망을 3번에 걸쳐 소개한다.
 
 (상) 동아시아 연결 꿈꾸는 중국의 실크로드 야망
 (중) 바닷길 패권노리는 중국의 ‘해상 실크로드’
 (하) 레이캬비크를 지나 북극 통과하려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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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확실한 단계는 아니지만, 북극해를 통한 해로가 열릴 수도 있다는 소식에 세계 무역 강대국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북극 개발에 한 발짝 더 다가가기 위해 아이슬란드와 손을 잡았다. 아이슬란드는 유럽 국가들 중 최초로 중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였다.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긴 피요르드 해안을 빼곡히 메우고 있는 노란색 풀들 사이에서, 토르발더 루드빅 시구르욘슨은 바람에 날리는 머리칼을 손으로 넘기며 디스네스 항구가 들어설 위치를 바라본다. 그는 아이슬란드 기업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인 아크틱 서비스를 이끌고 있다. 그는 언젠가 빙하가 녹아 해로가 생기면 아이슬란드 북쪽 해안에 북극으로 향하는 항구를 만들 꿈에 부풀어 있다. 아직 무역을 위한 수송이 가능할 만큼 확실하고 안전한 항로는 아니지만,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북극해의 통행량은 매해 늘어 2014년에는 총 53척의 선박이 이곳을 통과하였다.(1) 그러던 중 2012년 4월에 중국개발은행이 그의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다며 먼저 연락을 해와 그를 놀라게 했다. 중국은 북극의 잠재력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15년 전부터 북극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방대한 전략을 추진 중이다. 그리고 그 중심축에는 언제나 아이슬란드가 있었다.
  국민총생산의 절반 가량에 해당하는 물품이 해상으로 운송되는 신흥경제대국인 중국은 북극해로 가는 이 북동 항로 그리고 러시아 해안, 북서 항로를 수에즈 운하와 파나마 운하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 항로로 보고 있다.(2) 북동 항로를 이용하면 로테르담-상하이 항로에 비해 거리가 1/4 가량, 즉 5,000km나 줄어든다. 중국은 북극의 막대한 천연 자원에도 군침을 흘리고 있다. 북극 주변 지역에는 전 세계 미개발 석유의 13%, 가스의 30%, 그리고 엄청난 광물과 어류 자원이 잠재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3)
  중국은 그린란드의 광산 개발과 아이슬란드 해역의 석유 개발에 참여하는 등 북극 지역에 대한 투자를 이미 시작했다. 2010년과 2012년에 두 차례 쇄빙선(얼어붙은 강이나 바다의 얼음을 깨뜨려 부수고 항해를 할 수 있는 배-역주) ‘쉐룽호(雪龍)’로 북극 지역을 통과하며 무역 항로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해 보이기도 했다. 또한 2016년까지의 무역량 증대를 감안해 새로운 쇄빙선을 진수할 예정이다. 2013년 11월에 열린 중국 공산당대회에서는 2020년까지 수출 물량의 20%를, 2035년까지는 1/3을 북극을 통해 운송하는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였다.(4)
  북극의 무한한 잠재력에 매료된 중국은 북극위원회의 영구 옵서버국 자격을 노렸다. 2009년에 한 차례 요청한 적이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캐나다와 러시아는 북극위원회가 국제화되어 ‘UN'처럼 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5) 그외 다른 국가들도 2004년에야 스발바르 제도에 과학연구기지를 설립한 중국이 벌써부터 북극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은 다소 이르다는 입장이었다. 퀘벡 대학 중국사학과의 올가 알렉시바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북극위원회의 영구 옵서버국은 중국에게 매우 중요한 자리다. 북극 지역의 개발 조건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려면 우선 책임 있는 강대국으로서의 면모를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북극위원회 영구 옵서버 자격을 노린 중국
 
  이에 2006년부터 중국은 북극에서 가장 작은 국가인 아이슬란드와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벌이면서 관계 정립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상징적이게도 같은 해에 미국은 아이슬란드 남서부에 위치한 케플라비크(Keflavik)의 미군 기지에서 철수하였다. 중국과 아이슬란드 간에 체결된 금융협정은 아이슬란드가 경제 위기에서 탈출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고, 게다가 당시 원자바오 총리가 아이슬란드를 직접 방문하면서 2012년부터 양국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그리고 그로부터 1년 후, 중국은 유럽 국가들 중 처음으로 아이슬란드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였다. 올라퓌르 라그나르 그림손 아이슬란드 대통령은 중국을 무척이나 호의적으로 대했다. 그는 심지어 쉐룽호가 부두에 잠시 정착했을 때 자신의 집으로 선원들을 초대하기까지 했다.(6)
아이슬란드가 곧바로 중국의 영구 옵서버 자격 획득을 지지하고 나서면서 중국이 선택한 전략의 효과는 확실하게 증명되었다. 중국은 여기서 힘을 얻어 북극위원회의 다른 국가들에게도 같은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하였다.(7) 당시 후진타오 주석은 2010년에는 캐나다를, 2012년에는 덴마크를 방문해 과학기술 및 무역 분야의 협정을 다수 체결하였다. 게다가 아이슬란드 아쿠레이리대 법학과의 레이첼 로르나 존스톤 교수에 따르면, 2009년 일부 중국의 고위간부들이 ‘어떠한 나라’도 북극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주장한데 반해, 중국 정부측은 ‘북극 지역 국가들의 영유권을 존중하면서 북극위원회 회원국들 및 현지인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한다.(8) 아이슬란드와의 관계를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간 결과 중국은 2013년 스웨덴 키루나에서 열린 북극이사회 각료회의에서 일본, 한국, 싱가포르, 인도, 이탈리아와 함께 영구 옵서버 국가로 승격되었다. 기존 북극위원회 영구 옵서버 국가들로는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 폴란드, 영국이 있다.
  중국이 자국을 ‘북극 근접 국가’라고 지칭하기는 했지만, 중국이 영구 옵서버 국가의 지위 정도로 만족할 리는 만무하다.(9) 그러나 미국이 중국의 행보를 저지할 가능성도 있다. 이제까지는 관망만 하던 미국은 북극위원회의 의장국이 되는 2015년을 준비하면서 북극 담당 외교관까지 지명하였다.
  2013년부터 중국은 러시아의 석유기업 로스네프트와 함께 러시아 북극해 개발 계약을 체결하는 등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러시아는 서구 국가들의 제재로 인해 자원 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상황이라, 이 계약 이후부터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였다.
이제야 아이슬란드는 중국에게 철저히 이용당했음을 알게 되었다. 아이슬란드대의 오른 욘손 교수는 2013년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아이슬란드는 중국의 외교와 무역협상을 위한 시험대였을 뿐이고,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슬란드의 가치는 점점 더 떨어졌습니다.”(10) 물론 자유무역협정이 있기 때문에 아이슬란드는 북극지역에서는 여전히 중국의 최대 우방국이다. 다만 문제는 중국의 우방국이 아이슬란드 한곳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1) 북극해 항로 정보 사무소(Northern Sea Route Information Office), www.arctic-lio.com.
(2) 린다 제이콥슨, <China prepares for an ice-free Arctic>, 시프리, 솔나(스웨덴), 2010.
(3) <석유 900억 배럴과 천연가스 1,670조 입방피트가 북극에 매장되어 있다.>, 미국 지질 조사국(United States Geological Survey), 레스톤(버지니아 주), 2008년 7월 23일.
(4) Polarisk Briefing, 런던, 2014년 3월 24일.
(5) 매튜 윌리스 & 던컨 디플레지, <How we learned to stop worrying about China's Arctic ambitions>, 북극 연구소(The Arctic Institute), 워싱턴, DC, 2014.
(6) 앤드류 히긴스, 'Teeing off at edge of the Arctic? A Chinese plan baffles Iceland', <뉴욕 타임스>, 2013년 3월 22일.
(7) 미카 머레드, 'How China became an "Arctic state"', <베이징 리뷰(Beijing Review)>, 베이징, 2011년 5월 17일.
(8) 'China's Arctic play', <디플로마트(The Diplomat)>, 도쿄, 2010년 3월 9일.
(9) 실로 레인워터, 'Race to the North,' <해군대학 리뷰(Naval War College Review)>, 제66호, n. 2, 뉴포트, 2013년 봄.
(10) 오른 D. 욘손, 잉얄다르 한니발손, 리 양, <A bilateral free trade agreement between China and Iceland>, 아이슬란드 대학, 레이캬비크, 2013



글·플로랑 디트로이Florent Detroy
 
번역·김소연
dec2323@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이 글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2015년 9월에 실린 글입니다.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View.html?idxno=4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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