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 넘어 질주하는 '신유라시아 대륙교' 건설

강태호 2017. 0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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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 중국 러시아 3자 수송회랑 경제벨트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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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타슈켄트에서의 러시아 중국 몽골 정상들


 2014년 9월 중국과 몽골, 러시아의 첫 번째 3자 정상회담(타지키스탄 두샨베)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몽골~러시아 경제벨트를 구축하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해 국제수송 협력을 촉진하자고 제안했다. ‘실크로드경제벨트’를 러시아 유라시아철도 및 몽골 ‘초원의 길’ 프로젝트와 연계하자는 것이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16년 6월 3국 정상은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에서 ‘중국~몽골~러시아 경제벨트 건설계획’에 서명하고, 8월에는 그 일환으로 중국∼몽골∼러시아를 잇는 국제 화물수송 시범운행에 들어갔다. 이 시범운행은 이른바 중국의 내륙 철도망과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길을 이어주는 ‘유라시아 대륙교’를 열어가는 것이자 몽골이 꿈꿔온 ‘초원의 길’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왕링 차이신주간 기자, “중국·몽골·러시아 ‘경제벨트’ 길 열렸다”, <이코노미 인사이트> 80호 2016년 12월, 출처: <財新週刊 2016년 37호>) 중국 수도 베이징 인근의 텐진에서 몽골 울란바타르를 지나 러시아 부랴트 공화국의 울란우데를 잇는 총 2152km의 구간이다.  사실 울란바타르와 –톈진의 신강(新港)까지는 기존에 이미 철로로 연결돼 있었다. 울란바타르-사인샨드-자민우드(몽골)-얼렌하오터(중국)-톈진 신강(1,963㎞) 노선은 내륙국가 몽골이 중국에 의존하는 유일한 수출입 통로였다. 이번 합의는 이를 도로로 연결하는 것이자 러시아의 울란우데까지 확장시킨 것이었다.


중국~몽골~러시아 3자의 ‘아시아 하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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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8월18일 중국 톈진항에서 진행된 3자 국제도로수송로 시운행 기념식

 

 중국 <북방망(北方網)>은 2016년 8월 20일 중국, 몽골, 러시아 등 3국의 화물트럭 9대가 톈진(天津)항 태평양 국제컨테이너 부두를 출발해 러시아로 향했다고 전했다. 이 3국의 국제 화물수송 시운전에는 중국 교통운수부, 몽골 교통운수발전부, 러시아 운수부가 공동참여했다.시운행 차량은 러시아 화물차 3대 외에 중국 화물차 3대와 몽골 화물차 3대로 구성됐다. 러시아 화물차 운전자들은 모스크바에서 톈진항까지 달려와 중국·몽골·러시아 3국이 공동 주최하는 국제 화물수송 시운행에 참여했다. 이들 차량은 아시아하이웨이 3호선(Asian Highway Network AH3)을 따라 북상한 뒤 몽골 수도 울란바타르를 거쳐 오는 25일 최종목적지인 러시아 울란우데에 도착했다. 중국쪽 900㎞ 구간과 몽골 1천12㎞, 러시아 경내 240㎞ 등 총 2천152㎞ 구간을 1주일 만에 주파하는 여정이었다.(중국·몽골·러시아 국제화물운송 시운행…3국 경제통로 확대 <연합뉴스>, 2016년 8월20일)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전략, 몽골의 '초원의 길' 프로젝트, 러시아의 '신동방정책' 가운데 교통운수 분야에서의 협력이라는 3자의 정책 목표가 일치한 것이다. 류샤오밍(劉小明) 중국 교통운수부 부부장은 "이번 시운행을 통해 3국의 물류 관련 법규와 기준을 완비하고 도로수송 편리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국제경제협력 통로 건설에 있어 서비스와 기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앞두고 2016년 7월 중국은 국제도로운송협약에 가입했다. 러시아와 몽골은 중국보다 먼저 가입했으며, 중국은 70번째 회원국이 됐다. 국제화물운송에서 유일하게 통관 시스템을 통일한 이 협약은 국제도로수송연합(IRU·International Road Transport Union)에서 관리하며 국제수송과 무역 수준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 .
 <차이신주간>에 따르면 왕쉐이핑 중국 교통운수부 운수서비스사 순시원(巡視員)은 최초로 국제도로수송을 시도함으로써 과거 국경무역 개념에서 벗어나 “세관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국경 밖으로 나갈 수 있음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노선이 개통되면 허가증을 소지한 차량이 톈진부터 네이멍구자치구 중북부 얼롄하오터시 구간의 모든 세관에서 통관을 신청해 국경을 넘을 수 있다고 했다. 쉬바오리 부처장은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을 때는 화물차가 세관에 도착하면 외국 세관이 화물을 내려 조사할 권한이 있었다. 누구든 송장만 제출하고 통관되기 바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중국의 국제도로수송은 초기 단계로 국경선을 따라 진행되지만 중급 단계로 올라서면 몽골과 러시아 등 역내 인접 국가로 차량이 이동할 수 있고, 고급 단계에선 해양운송처럼 원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신 주간>에 따르면  몽골 국가도로수송센터에서 자동차 수송 및 투자 업무를 담당하는 다와안얌은 “철도수송의 경우 톈진에서 출발한 화물이 러시아 울란우데까지 도착하려면 30일이 걸리는데 시운행에 참여한 화물차는 6일 만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 운행이 되면 시간은 더욱 단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몽골 관계자들은 협정 체결로 대외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민주당이 집권한 몽골은 2015년 수출액이 50억달러(약 5조6천억원)에 못 미쳐 2014년 대비 20% 가깝게 감소했다. 몽골국가도로수송협회 회장은 중국~몽골~러시아의 국제도로수송이 실현되면 중국과 몽골의 교역액이 지금보다 세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5년 몽골의 대중국 수출은 약 40억달러로 전년 대비 20% 이상 줄었지만 여전히 몽골의 수출 총액의 80%에 이를 만큼 절대적이다
  몽골 정부가 숙원사업이었던 중국과의 남쪽 국경도시인 자민우드에서 북부 러시아와의 국경도시인 알탄불락에 이르는 AH3 구간(1천12㎞) 2차선 도로를 준공한 게 불과 2014년이다. 이제 이를 고속도로로 확장할 계획이지만 여기엔 재원 마련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2014년부터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의 지원 아래 중국교통운수부와 러시아연방운수부, 몽골 교통운수발전부는 아시아 하이웨이를 따라 국제도로수송을 실현하기 위한 협상을 여러 차례 했다. 그 결과 3국은 개방적 협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국제도로수송의 기본 틀을 만들어 아시아하이웨이 주변국이 원할 경우 참여를 허용하는 형태다. 쉬바오리 중국교통운수부 운수서비스사 부처장은 협정문 제목에서 ‘중국·몽골·러시아’라는 문구를 없애고 ‘아시아하이웨이 국제도로수송 정부 간 협정’으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국제도로수송 현황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중국은 몽골 러시아 이외에도 여러 국가와 국제수송협약을 체결했다. 중국은 15개국과 양자 또는 다자간 국제도로수송협정을 맺었고 수요가 부족해 운행 실적은 많지 않았지만 2015년에만 여객 713만 명, 화물 3747만t을 수송했다. 이 가운데 2015년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는 여객 152만 명, 화물 206만t이 오고 가서 전체 국제도로수송에서 각각 21%, 5.5%를 차지했다.

 

중몽로를 철도로 연결하는 ‘랴오멍어우 (辽蒙欧)’대통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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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횡단철도(TCR)와 만주횡단철도 및 중국의 내륙철도와 시베리아힝단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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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아시아하이웨이 3번을 통한 3자 국제수송로 시범운행이 이뤄지던 시기인 2016년 8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랴오닝성, 저장성, 허난성, 후베이성, 충칭시, 쓰촨성 및 산시성(陕西省)에 7개의 자유무역구를 새로 설립할 것을 결정했으며, 이를 위한 육로 해상연계 국제수송로 계획을 마련했다.  이른바 이들 '제3기 자유무역구'는 2017년 3월  전국 양회 기간에 정식 출범한다. (이윤식 코트라 상하이 무역관 보고 “제3기 자유무역구 출범 임박-- 서부 개발, 동북 진흥, 중부 굴기에 초점 – 2017년 3월7일)
  여기엔 랴오닝성이 추진하고 있는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대통로(육·해상 연계 운송 철로)로서  몽골을 거쳐 러시아횡단열차와 연결되는 랴오멍어우(辽蒙欧) 대통로가 포함돼 있었다. 랴오 멍 어우는 말 그대로 랴오닝에서 몽골을 거쳐 유럽으로 가는 대통로라는 뜻이다. 다롄항에 인접한 진저우항(锦州港) 및 판진항(盘锦港)에서 외몽골의 주은가다부치(珠恩嘎达布其)와 남부의 접경도시인 비칙트를 통과해  동몽골 지역의 중심인 초이발산으로 이어지는 철로를 연결한다는 것이다. 초이발산(옛 이름 바얀투먼)에서는 이미 낡았지만 1939년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지선이 연결돼 시베리아 동부 횡단열차의 주요역인 치타까지 갈 수가 있다. 이는 몽골에게도 미래에 동몽골 중심지에서 진저우항 및 판진항까지 바다로 나가는 가장 빠르고 간편한 철로 통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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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랴오닝성은 2015년부터 “랴오멍어우(辽蒙欧)” 대통로 이외에 “랴오만어우(辽满欧)”, , “랴오하이어우(辽海欧)” 등 육상과 해상을 연결 대륙 통로의 규획을 세워왔다. 랴오만여우는 다롄, 잉커우, 선양, 판진을 거쳐 북상해 만주횡단열차(TMR)를 거쳐 러시아와의 국경도시인 만저우리에서 치타를 통해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만나게 된다. 이에 반해 랴오하이어우 항운통로는 다롄항에서 말레카 해협을 거쳐 수에즈 운하로 가는 기존 항로에 비해 거리를 크게 단축시킬 수 있는 북극해 항로 즉 베링 해협 및 북극해를 건너 유럽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해상 운항 통로를 열어가겠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랴오만어우는 이미 개통했으며 랴오하이어우도 첫 출항을 한 바 있다. 2013년 5월 북극이사회의 정식 옵서버 자격을 획득한 중국은 당시 다롄에서 사상 처음으로 북극 항로를 통해 유럽으로 가는 화물선을 띄웠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2013년 5월11일)는 국영 해운기업인 중국원양운수집단(코스코그룹)이 2013년 5월8일 1만9461t급 융성(永盛)호를 랴오닝성 다롄항에서  한반도 남쪽을 돌아 동북쪽으로 베링 해협을 통과한 뒤 서쪽으로 동시베리아해, 빌키츠키 해협을 통해 노르카프 부근에 도착한 다음 로테르담까지 항해했으며, 기존 말래카해협-수에즈 운하 노선보다 12~15일가량 운행을 단축시킬 것으로 전했다. 다만 동몽골을 통과하는 랴오멍어우는 주은가다부치 넘어 몽골 남부국경 비칙트에서 초이발산까지의 철도가 아직 미완성 단계에 있는 상태다
 물론 몽골과 중국의 철도 연결 계획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이미 10년전인 2007년  2월 두나라는  내몽고 후허호트에서 개최된 '유라시아 신통로 구축전략 포럼'에서 두 나라를 연결하는 새로운 철도 '신츄-주은가다부치-초이발산'을 부설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와 몽고, 중국을 잇는 이 철도가 새로 건설되면 기존 몽고의 초이발산에서 만저우리를 거쳐 진저우항에 이르는 노선보다 거리가 약 980km 단축되는 것이었다.


 중러, 몽골과의 3자협력을 총리 회담서 정례화
 
 또한  중러는 이러한 몽골과의 3자협력을 기존의 부총리간 회담을 넘어서 두나라간 총리 회담에서 정례적으로 협의하기로 했다.  2016년 10월 20일 러시아의 투르드네프 부총리 겸 극동개발 특사와 중국의 왕양 대외경제 담당 부총리는 두나라간의 정례 총리회담에 위원회를 설치해 현재 러시아 극동개발과 중국 동북3성 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하는 한편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6대 경제회랑 중 하나인 ‘중-러-몽 경제회랑’ 개발협력을 가속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2015년부터 양쪽 부총리가 이끄는 러시아극동-중국 동북3성지역 협력 이사회를 열어왔으며, 이 협력이사회를 정부간 공동위원회로 전환하여 양국의 정례 총리회담에 편입시키기로 했다는 것이다(중-러-몽 경제협력 가속화하기로 합의, <해사정보신문> 2016년 11월10일).
  특히 이 부총리간 회담에서는 특히 중국 동북지역과 러시아 극동 시베리아 지역간의 국경 무역 확대를 위해 아무르강 등 국경하천 교량 건설, 국경통과 송유관 부서, 고속도로 국경통과지점의 교통인프라 개선 등 인프라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이는 2015년 9월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린 제1차 동방경제포럼(EEF)과 같은 시기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을 통해 양국이 전면적인 협력에 합의하면서 본격화했다. 당시 양국은 러시아 극동개발과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공동의 이해가 있음을 확인하고 협력 분야에 대해 합의했다. 그 결실이 2016년 12월 24일 중국 헤이룽장성의 북동쪽 국경도시인 헤이허와 아무르강을 사이두고 맞은편에 있는 러시아의 국경도시이며 아무르주 주도인 블라고베셴스크를 잇는 아무르강 교량 건설을 러시아가 착수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러시아와 중국이 국경 분쟁이래 28년만에 아무르강을 육로로 잇기로 한 것이다. 교량 길이는 모두 19.9km 규모로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중국은 이미 러시아쪽 국경까지 철교를 건설한 상태나 러시아쪽은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또한 항만 개발 분야에서 러시아는 하바롭스크에 인접한 아무르강변의 사마르가를 연간 물동량 8천만 톤의 대규모 상업 항만으로 개발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으며, 동 항만개발에 중국산업은행 등 중국측 금융기관도 참여하고 있다.
 
달라이 라마라는 의외의 복병과 몽중 외무장관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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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을 방문한 달라이 라마


 그러나 이러한 몽골 중국 러시아간 국제수송회랑은 3자 경제협력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심각한 난관에 직면했다.  달라이 라마라는 의외의 복병을 만난 것이다. 2016년 11월18일 몽골이 티베트 달라이 라마의 방문을 허용하자 중국은 즉각적인 경제 보복조처를 취하기 시작했다.
 달라이 라마는 11월 18∼21일 몽골을 방문, 몽골 최대사원인 간단사원(간등사)과 대형체육관 등에서 대중 강연을 열고 몽골 학자 및 청년대표들과 만나는 등 몽골 국민들의 존경과 지지를 재확안했다. 몽골 정부는 달라이 라마의 방문이 간단사원의 초청으로 이뤄진 것이고 몽골 정부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중국 정부는 강도높은 보복조처로 대응했다. 몽골과이 금융 및 프로젝트 지원을 위한 정부간 회담을 무기연기한데 이어, 몽골 남부 중국과 인접한 전략 광물지역인 톨고이 지역의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세관 당국이 국경을 통과하는 차량에 대해 통관비를 징수하기 시작했다.

 티베트와 역사적, 종교적 연원이 깊은 몽골은 지난 1979년부터 달라이 라마를 수차례 초청한 바 있다. 달라이 라마를 티베트 분리독립 세력의 지도자로 간주하는 중국은 이 때마다 몽골에 보복 조치를 취했다는 점에서 이는 새삼스런 일은 아니었다. 중국은 지난 2006년 8월 그리고 2011년 달라이 라마가 몽골을 방문했을 때에도 철도운행 중단, 항공노선 폐쇄 등 보복조치를 내놓았다.
 결국 국가채무 불이행 등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몽골은 중국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었고 중국에 백기를 들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 (2016년 12월 21일)에 따르면 첸드 뭉흐어르길(Ts. Munkh-Orgil) 몽골 외무장관은 자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달라이 라마가 종교적 경로로 몽골을 '몰래 방문(竄訪)‘ 했다면서 그 영향과 후과(後果)는 종교범위를 넘어섰고 몽-중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몽골정부는 이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뭉흐어르길 장관은 몽골이 현재 양국관계를 정상궤도로 되돌리고 대화복원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몽골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고 티베트가 분리할 수 없는 중국의 한 부분이며 티베트 문제는 중국 내부의 일이라는 것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몽골은 또 이런 입장을 계속 견지해 다시 달라이 라마가 몽골을 방문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뭉흐어르길 장관은 몽골이 정교분리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달라이 라마가 이번 정부 임기 내 종교적인 경로라도 다시 몽골을 방문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에 백기 든 몽골 "달라이 라마 다시 못오게 할 것", <연합뉴스>2016년 12월 21일)
  그러나 이런 몽골의 백기 투항에 대해 몽골인들의 정치 외교 특성을 분석해 온 전문가들은 중국의 보복조처가 뻔히 예상됨에도 몽골정부가 달라이 라마의 방문을 용인한 데는 역으로 몽골이 그의 방문을 협상 카드로 활용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몽골은 민주화 이후 총 7차례에 걸쳐 달라이 라마의 방문을 허용했으며, 매번 중국으로부터 보복 조처를 당하고 견제를 받은 바 있으나 그럼에도 중국과의 협력은 발전되어 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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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21일 베이징에서 회담하는 뭉후 어르길 외무장관(왼쪽)과 왕이 외교부장


 실제로  첸드 뭉흐어르길 몽골 외무장관은 왕이 외교부장의 초청으로 2017년 2월 19일 베이징을 방문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인하고 티베트가 중국의 일부이며 다시는 달라이 라마 14세의 방문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백기를 든’ 몽골에 우호적인 대출을 제공하고 150억위안(2조5500억원)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연장하는 등 큼직한 ‘선물 보따리’를 주었다. 무엇보다도 이 두나라가 외교장관회담에서 합의한 내용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였다. 달라이 라마의 방문이 오히려 두 나라 협력관계를 한 단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된 셈이다. 두 장관은 5월 몽골 총리의 중국 방문 등 양국 간 고위급 방문이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면서,  제2차 두나라 의회간 정례 회담, 제차 광업, 에너지, 인프라 협력 몽골-중국 협의회 등도 열기로 합의했다. 또 교류 협력의 법적 기반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의향서 등 협약 체결, 그리고 ‘국경검문소 규칙에 관한 협약’을 개정하여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몽골내 여론이 몽골의 자원 개발에 대한 중국자본의 진출을 반대해 왔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는 중국이 바라는 바다.  이와 함께 중국은 몽골에서 중국으로 공급하는 광산 제품과 소, 양 고기 등 축산업 제품 수출 문제에서 추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몽골 현지 언론들이 전하는 합의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 양국 의회간 정례회의 개최
- 광산, 에너지, 인프라 협력을 위한 제1차 몽-중 위원회 회의의 조속한 개최
- ‘초원의 길’ 및 ‘지역 및 도로’ 전략을 연관시키는 협정서 체결, 국경검문소 관련 규정에 대한 협정 체결
- 몽골의 대중국 광물, 쇠고기, 양고기 등 축산품 수출 증가를 위한 협력강화 방안 모색
- 중국, 중국을 경유한 항만 진출에 관한 협정 비준
- 중국, 몽골이 직면하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에 필요한 지원을 양자 및 다자간 경로를 통해 지원하겠다고 표명
- 중국, 몽골과의 통화스왑 협정 기간 연장 표명
- 몽-중-러 3국 정상회담 개최
- 몽-중-러 경제회랑 구축 사업 투자 설계 마련 센터 구축
특히 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중국의 자금 지원 등은 몽골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이밖에도 몽골의 중국을 경유한 항만 이용에 관한 협정은 이미 시진핑 주석이 2014년 몽골 방문에서 약속한 것이었지만, 내륙국 몽골은 톈진항에 이어 추가로  중국의 7개 항구를 이용할 기회를 준 것이며,  2016년  리커창 중국 총리의 방문에서 10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기로 했는 바  뭉흐어르길 외무장관은 정확히 얼마 정도의 경제적 지원을 받기로 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10억 달러의 차관과 10억 위안의 무상원조를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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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 국가부도 위기 넘겨…IMF와 6번째 구제금융 합의


 이러한 중국의 지원을 배경으로 심각한 경제위기에 처했던 몽골은 2017년 2월19일  몽흐어르길 장관의 중국 방문 직전에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3년간 4억4000만 달러의 금융지원을  받는 것을 포함해 총 55억달러(약 6조3250억원)에 이르는 구제금융에 합의했다. 몽골은 외환보유고 부족으로 3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국채 5억8000만달러를 상환할 수 없는 국가 부도가 우려되고 있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IMF는 2월19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아시아개발은행(ADB), 세계은행,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관련국들이 별도로 최대 3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하고,  중국이 150억 위안(21억9000만 달러)까지 통화스왑 라인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이에 따라 몽골이 지원받을 총 외부 조달 자금 규모는 55억 달러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몽골은 자원가격 상승과 수출 확대 및 외국자본의 광물자원 투자 등으로 2011년 17%의 고도성장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전략광산인 오유톨고이 구리광산 등 광물 자원의 경영권을 둘러싼 외국자본과의 갈등에다 중국의 성장 둔화까지 겹치면서 2016년에는 성장율이 1%대로 주저 앉았다. 2016년 말 몽골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는 13억 달러에 불과했으며, 몽골 화폐 투크릭은 가치가 20% 폭락해 5년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몽골의 IMF 구제금융은 1990년 이후 6번째다. 가장 최근에는 2009년~2010년 IMF로부터 2억 4200만 달러를 지원받은 바 있으며, 이번의 구제금융 조처에 중국이 결정적 역할을 한 건 분명하다.


강태호 선임기자 kank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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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푸틴의 동방외교와  ‘극동개발의 국제정치' 발문: <푸틴의 동방외교와 극동개발의 ’국제정치’>를 시작하며      1. 푸틴의 동진과 시진핑의 서진  중-러의 전면적전략적협력동반자관계와 유라시아 통합 ...

  • <북방3각관계> 4. 푸틴의 블라디보스톡 방문과 동러시아 경제포럼<북방3각관계> 4. 푸틴의 블라디보스톡 방문과 동러시아 경제포럼

    강태호 | 2015. 08. 04

      <목차> 북방 3각관계    1. 북 중 러 3각관계의 새로운 움직임 2. 시진핑의 동북지방 현지지도-동북진흥 프로젝트 3. 김정은의 선택-미사일 발사준비와 전승절의 국제정치 4. 푸틴의 블라디보스톡 방문과 동...

  • 환동해 4개국-러시아 중국 몽골 일본 해외 현지 취재환동해 4개국-러시아 중국 몽골 일본 해외 현지 취재

    강태호 | 2014. 07. 21

    변방의 닫혀 있는 바다 동해   동해는 변방의 바다였다. 남북의 동해안 지역, 중국의 지린성, 러시아의극동 연해주, 일본의 서쪽 지역이 면해있는 동해는 각국의 주변부의 중첩된 변방으로 존재했다. 일본까지 포함해 대부분이 자국 내 다른 지역...

기획 특집|전망과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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