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조약 체제와 일본 외교
일본・오키나와의 현재로부터의 질문
대미종속 이외의 선택이 없는 일본외교의 한계를 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 자발적인 대미 종속이라는 불편한 사실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사상적 요소로서 ‘오키나와 독립론’과 오키나와적 불복종 운동에 새롭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제2차 아베내각은 일본이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발효인 4월 28일을 주권회복의 날로 정했다. 일본의 ‘주권’과 ‘국체’가 오키나와를 버림으로써 성립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망각의 저편에서 불러오는 것으로부터 논의를 시작하자. 그 뿐만이 아니라 이 때, 한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제주도가, 그리고 미중관계의 재균형에 의해 대만이 분리돼 나간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중일 국가관계의 지배권력으로부터 벗어난 독자적인 사고의 회로도가 요구되고 있다.
기이하게도 센카쿠열도(댜오위타이) 영유권 문제를 계기로 전 오키나와 타임즈 기자인 가와미츠 신이치(川満信一)가 1981년에 공표한 ‘류큐(오키나와의 옛이름)공화 사회헌법C(私)안’이 재평가되고 있다. 알다시피 95년을 기점으로 시작된 후텐마기지 이전, 역사교과서, 섬 방위론을 주축으로 한 방위사상, 2004년의 미군 헬리콥터 추락사고, 미일지위협정의 일방성과 그 특권구조 등으로부터 귀결돼 나타난 나고시 시장선거, 오키나와현 지사선거, 중의원 선거에서의 보수세력 패배와 후퇴에 이르는 경위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이 문맥으로부터도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가와미츠는 또한 2008년에 제주도에서 류큐제도, 대만으로 이어진 ‘쿠로시오 로드 비무장지대 헌법-국경초월 헌법’안을 제기하여 일본으로부터 자립해 동아시아로 열리는 오키나와의 미래를 구상하기도 했다. 이를 단서로 제주에서 류큐열도, 대만에서 난샤군도(스프라틀리 섬 Spratly Islands)로 이어지는 섬과 바다를 이어 동아시아 공화사회로 연결되는 상상력을 펴나가고 싶다.
함께 거주하는(共住)하는 세계(cohabitation)를 지향하며
주권국가와 국제연합이 기능부전에 빠지고 국제적・국경을 넘어서는 테러리즘에 의한 새로운 폭력에 대처할만한 강대국의 부재와 지반침하로, 안보와 안전보장의 취약성이 증가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글로벌 자본주의에 의한 부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인종차별주의, 난민과 이민의 이동순환이 재생산되고 있다. 그렇게 심화되는 세계의 상처를 치유할 사상적인 원천(水源)을 어디에서 구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무엇보다도 동아시아 속에서 중국 사람, 대만 사람, 오키나와 사람, 일본 사람 등이 각자의 장소에서 살고 있는 곳을 기점으로 서로 연결되는 세계를 상상하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류큐공화국 사회헌법 C(사)안』이 자크 데리다(Derrida)와 울리히 벡 (Beck)의 새로운 국제주의와 공명할 수 있는 것은 공통된 귀속에 바탕한 연대와는 다른 방법으로, 살아있는 모든 것이 각각의 유한성을 짊어진 채 공주(共住)의 세계를 창조하는 것에 있다(Derrida).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의 생존 방식과 사회의 구성 방식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는 ‘경제발전’과 ‘근대적 민주주의라는 낡은 후렴구만으로는 그 답을 제시할 수 없을 것이다.
오키나와 아이덴티티란?
샌프란시스코 체제는 이른바 대륙의 에고이즘에 의해 구축되었으며, 이 체제에서 국가이익의 틈새에 놓여 온 섬들의 생존권은 무시되어 왔다. 공주하는 세계의 철학적인 명제는 존재론에 대한 화답이다. 그렇기 때문에 샌프란시스코 체제의 허구성에 의문을 던지게 된다. 원주민의 인권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분단되고 고립되어 온 동아시아의 저항의 계보를 잇는 일 외에는 없을 것이다. 유엔에서 채택한 원주민 권리에 관한 UN선언(1993.7.20)에서 원주민이란 자신의 생활영역 내에서 발생한 침략 및 식민지화 이전의 사회와 역사적 연속성을 갖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에 따르면 원주민은 현재 사회의 비지배적인 부분을 구성하고 또한 민족으로서의 존재가 지속되고 있음을 기초로 하여, 그 선조 전래의 영역 및 민족의 아이덴티티를 자기자신의 문화양식, 사회제도 및 법제도에 따라서 유지하고 발전시켜, 장래의 세대에 전할 것을 결의하고 있다.
식민지주의가 어떤 방법으로 인간성을 부정했는지를 역사적 교훈으로 삼으로써 1) 세계의 민족이 다양한 문화의 존재를 서로 인정하고 2) 민족의 자주성이 존중되고 3) 어느 민족도 세계 ‘인류’의 일원임을 자각함으로써 새로운 대등관계를 구축할 것이 요구된다.
현재 ‘오키나와 정체성(아이덴티티)’은 이 규정에서 유래한 것이다. 따라서 이것이 부정될 때 UN 인권위원회에 제소하는 걸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게다가 오키나와 정체성은 해양, 섬 세계의 이어짐으로부터 성립하고 있다. 1993년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하와이 합병을 정식으로 사죄한 이후, 하와이가 자립을 향한 길을 걷기 시작했다. 또 최근의 사례로서는 하와이안 원주민으로서의 긍지를 되찾기 위해서 한 여대생이 졸업식의 가운을 벗어버리고 하와이 전통 의상으로 변신하는 동영상이 퍼져(http://huff.to/1IyEvcV) 세계를 사로잡았듯이 이는 단순한 내셔널리즘의 발로가 아니다. 바다와 한없이 연결되는 섬들이 오늘날 안고 있는 시급한 문제를 나타내고 있다. 오늘날의 오키나와 풍경은 ‘전후’의, 그리고 일본이 안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이다.
탈식민지화와 「사회헌법」을 화두로 삼아(発話)
탈식민지화라는 과제의 핵심은 종속지역의 정치적 독립과 함께 경제, 문화, 그리고 국제체계 전체의 변화를 반드시 필요로 하고 ‘국제 사회’속에서 주체성을 억압받아 온 사람들의 권리를 회복시키는 데 있다. 결국 정치적 독립만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오키나와가 일본 국가로부터 이탈해 정치적 주체화를 이루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인가? (高橋哲哉, 上村忠男의 견해 참고)
류큐 공화 사회를 지향하는 데 왜 ‘사회헌법’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것일까? ‘류큐 공화 사회헌법C(사)안’에는 ‘자비(慈悲)’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자(慈)란 불교 용어로 행복을 주는 것, ‘비(悲)’란 고통을 없애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히메유리(오키나와 전쟁 때 비참한 최후를 맞은 히메유리 학도대를 기리기 위한 탑과 평화기념 자료관이 있는 곳이다. 히메유리탑은 위령탑으로, 전쟁 중에 헌신적으로 간호를 하다가 결국에는 생명을 잃은 여자 학생으로 결성된 종군간호부 200여 명을 모신 탑)의 상징인 백장미가 ‘류큐 공화사회’의 깃발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부터, 생존의 현실을 만드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다는 관점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탈 식민지화와 자립 논의는 지금까지 자유연합협정, 신탁/위임통치, 토지회복과 보상요구(디에고 가르시아 섬) 만이 아니라, 섬들의 공통점 발굴, 수평적 축의 관계 형성과 해방, 비국가적 공생을 지향함으로써 국경을 초월하는 바다를 통해 동아시아를 배태(胚胎)해갈 것이라는 걸 예감하게 된다.
결론을 대신하여
정근식*이 지적한 것처럼 근대의 폭력에 시달려온 동아시아를 되찾기 위해서는 분단체제를 초월하고 극복하는 게 불가피하다. 남쪽의 끝에서부터 일본을 뒤흔드는 오키나와의 변혁요구는 ‘패전 후’ 70년의 산물임에 틀림없다. 동아시아의 미래 이념을 표방하는 가와미츠 신이치(川満信一)의 주장은 경청할 가치가 있다. ‘주권’의 딜레마를 뛰어넘어 ‘독립’, ‘자립’을 발견하는 작업은 이제 본궤도에 올랐다. 가와미츠의 ‘섬의 뿌리와 사상의 뿌리’는 식민지주의적인 경계사고의 덫을 피하면서 그 문제성을 재인식하고 그 범위를 계속해서 바꾸는 ‘열린 자율’을 지향하는 사상운동이다.
그것은 국경초월적인 풀뿌리적인 네트워크의 구축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지금 영역적 주권국가를 주어진 것으로 해서 그 범위 안에서 평화와 안전을 요구해 가는 것의 한계성과 식민지주의적 경계사고의 문제성을 재인식하여, 열린 자율을 지향하는 사상・운동이 필요하다. 혼돈하는 세계, 유동화하는 세계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의 생존방식과 사회의 구성 방식에 응답하려는 시도가, 이 ‘류큐 공화사회’임이 틀림없다.
일본이 올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오키나와에 희망이 있다. 오키나와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가 미일관계, 아시아와 일본의 관계를 좌우하는 문제가 될 것이다.
*정근식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지난 1980년대5·18연구부터 구술사를 활용하기 시작해, 제주 4·3연구, 한센병력자 연구, 사할린 귀환자 연구에서 구술사를 적극적으로 추구해온 대표적인 학자다. 그는 사회학과 인류학, 역사학 분야에 걸친 공동연구를 통해 각 학문에서의 구술사 방법론을 경험한 몇 안되는 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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