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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 시계가 정지된 해병대

조회수 84483 추천수 0 2011.07.15 15:00:17

[한겨레 세상읽기] 
부마 민주항쟁 진압에 투입된
해병 7연대는 날아오는
시위대의 돌을 그냥 맞았다 


생물이 유전자를 통해 자신을 복제하듯이 인간 집단도 자신의 문화를 후대로 전승한다. 이러한 집단의 유전자를 사회생물학에서는 ‘밈’(Meme)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다른 집단과 구별되는 강한 정체성을 형성하게 되는데, 그 전형적인 사례가 바로 해병대라고 할 수 있다. 육해공군과 달리 2만5000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병력이지만 신화를 통해 구성원을 감동시키고, 강한 규율을 통해 구성원들을 복종시킨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자기중심적 사고에 갇혀버리면서 진화가 멈춰버렸다는 데 있다. 유전자가 복제되는 과정에서 다른 유전인자를 받아들이고 교환해야 하는데, 그걸 하지 못해서 변화와 혁신을 도모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특히 해병대 문화는 다른 집단에 의해 자신들의 조직이 혁신되거나 검증받는 것도 거부한다. 유낙준 사령관의 “해병대 조직문화가 타군에 비해 10년 이상 뒤처져 있다”는 말도 그만큼 해병대가 폐쇄적이라는 의미다.

올해 초에 진행된 한-미 연합훈련 때의 일이다. 한미연합사령부는 해병대가 담당하는 상륙작전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 검증하기로 하고 이를 훈련 과제로 선정했다. 이 소식을 들은 해병대사령부는 긴급히 미 태평양사령부 해병대 장성에게 “육군이 해병대 작전계획을 검증하려 한다”며 이를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미 해병대 장성이 한미연합사 기획참모부장에게 전화를 하여 그 과제를 빼라고 압력을 행사했다. 양국의 해병대가 신속한 ‘합동작전’으로 자신들의 작전계획을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우리 해병대의 상륙작전이라는 것이 유사시에 써먹을 만한 계획인지, 다른 작전요소와 중첩되거나 충돌하는 점은 없는지, 우리가 상륙작전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전혀 알 길이 없다.

아마도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가 막상 유사시가 되면 부실한 작전개념과 검증되지 않은 능력으로 인해 더 큰 실패와 희생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이런 문제점은 조직문화에서도 드러났다. 이번에 총기참사로 4명이 숨지면서 ‘기수열외’를 비롯한 기상천외한 해병대 특유의 악습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해병전우회 등 예비역 일각에서는 해병대 전통을 만들기 위한 기강확립의 한 수단이라고 변호하고 있다. 진정으로 강한 군대라면 타군이 엄두도 못 낼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훈련 목표를 명확히 정립해야 하고, 검증된 작전개념과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만들어진 신화’에 겉멋이 들어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군대는 강한 군대가 아니라 강한 척하는 군대다.

이렇게 된 순간 진화가 멈추어버렸다. 그 대신 조직의 유전자 속에 잠복한 악습의 바이러스가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수뇌부 장성 두 명이 사령관 음해사건으로 이미 구속된 데 이어 이번 총기참사로 사령관까지 물러난다면 이는 1973년 해병대가 해군 소속으로 전환된 이래 38년 만에 해병대 수뇌부가 궤멸되는 초유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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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정신은 그 자체로 특별한 것이 아니라 시민정신의 연장이어야 한다. 해병대 정신의 가장 훌륭한 귀감은 1979년의 부마민주항쟁이다. 공화당사와 방송사가 불타는 그 혼란의 와중에 부산에 시위 진압을 위해 투입된 해병 7연대는 날아오는 시위대의 돌을 그냥 맞았다. 그래서 시민과 친구가 되었고 해병대의 인기가 치솟았다. 부산역으로 출동한 진압군의 한 중위는 표를 파는 아가씨와 결혼까지 했다. 그러나 그 이듬해에 훨씬 평화로운 시위가 벌어진 광주에서 공수부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해병대가 강해지려면 32년 전처럼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의 요구에 복종하는 길밖에 없다. ‘제복을 입은 시민’으로서 민주사회의 시민정신을 재정립하는 것이 해병대 정신보다 먼저다. 

<D&D 포커스> 김종대 편집장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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