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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위주의 싹쓸이 인사, 군수시스템 부조리 만들어


 

 

 

* 이 기사는 군사전문 월간지 <D&D 포커스> 3월호 기사 내용을 다시 정리한 것입니다.

 

 

생쥐.jpg 

불량 군화, 불량 부동액, 불량 방탄복, 생쥐김치 ….


각종 군수비리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도심 상공을 방어하는 우리 군의 핵심전력인 35㎜ 대공포(오리콘포)가 가짜 부품을 장착하여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해군에 지급한 부력 방탄복이 98%가 불량이며, 일반 방탄복도 AK소총으로부터 방호가 안 된다는 충격적인 내용도 줄을 잇고 있다.


일선 전투원들의 생명을 좌우하는 보급품과 보호 장구들이 이처럼 불량이라면 우리 군은 총제적인 ‘불량군대’다. 전투원의 생명가치가 경시되는 상황에서 제아무리 첨단무기가 있다 할지라도 군이 전투력을 발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군수조달시스템의 전반에 상당한 부조리가 내재된 상황을 발본색원하지 못하는 속사정이 무엇인지, 세간의 의문도 고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 분야에 정통한 한 예비역은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특정 군 출신으로 군수분야 인사가 편중된 것이 문제의 출발”이라고 지적한다. 그의 말이다.


“군수분야의 주요 직위자는 비교적 전문성을 갖고 있는 기술 병과와 보병 병과 출신으로 나뉘어진다. 기술 병과의 경우 위관급부터 전문성을 갖추는 데 반해 보병은 영관급이 되면 군수를 접하기 때문에 세밀한 업무 지식은 기술 병과의 병기, 화학, 병참에 비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군수 업무는 위관급의 경우 병참이, 영관급 관리 업무는 보병 중 군수특기(540)이 투입되는 기이한 구조를 갖고 있다. 


군수관리관 산하 7개 과 대부분 육군 보병 출신 싹쓸이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국방부 군수국 등 대부분의 상위 정책기관의 경우 기술병과가 배제되고 육군 보병 출신이 자리를 싹쓸이 하고 있다. 인사를 이렇게 하면 곧바로 생기는 문제가 조직의 폐쇄성이다. 끼리끼리 문화가 형성돼 다른 출신을 막는다. 군수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분야인데, 특정 출신 비전문가에게 자리를 주고 있어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 문제의 출발이다.”


이 관계자의 말을 근거로 D&D는 국방부 군수분야 주요 보직의 인사실태를 분석했다. 현재 전력자원관리실 산하에 군수를 담당하는 군수관리관 산하에는 총7개의 과가 있다. 현역 대령이 과장을 맡고 있는 군수기획관리과, 장비관리과, 탄약관리과, 물자관리과, 국제군수협력과, 재난관리지원과, 총수명주기관리과가 그것이다. 그런데 올해 초 일부 과장 인사가 있고 나서 7개의 과장 자리 중 병기 출신이 과장을 맡고 있는 탄약관리과를 제외하고 6개는 육군 보병병과 출신이 싹쓸이했다. 7개과를 총괄하는 군수관리관 역시 보병 병과(육사 35기)이기 때문에 군수관리관실 전체가 같은 병과 출신 선후배들로 채워져 있다. 예전에 심심치 않게 병참 출신이나 민간인 전문가가 보임되던 현상은 완전히 사라졌다.  


취재를 하며 만난 사람들은 “군수는 인사 편중 때문에 제대로 될 것도 잘 안 된다”는 말을 강조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 간추리면, “미군은 기술병과가 군수를 장악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보병이 장악하고 있어 전문성 부족이 두드러진다”는 것. 그러면서 “보병이 군수를 장악하고 있어야 한다면 병과를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어떤 이는 “아예 군수 부문은 병과를 없애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불만을 터뜨린다.


전투화 관급조달 3개월 만에 4035족 밑창 떨어져


군수 분야의 한 전문가는 지난해 발생한 각종 사고를 면밀히 살펴보면 군수체계 전반의 전문성 부족과 관행적인 부조리의 반복이 전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우선 불량군화의 경우 2010년 5월경 그동안 사급으로 조달되던 접착식과 봉합식 전투화 밑창을 재향군인회 협력업체인 삼호테크를 통한 ‘관급 조달’로 물량을 몰아주기 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석 달 후인 8월18일 기준으로 총 4035족의 전투화에서 밑창이 떨어지는 등 대량으로 불량이 발생했다.


밑창은 개발업체의 노하우가 요구되는 품목이지만 재향군인회 협력업체는 이 분야에 대한 개발 경험이 전무했다. 더군다나 밑창의 고무 배합비와 접착제의 종류, 완성품의 접착력 등은 전투화 성능유지에 주요한 규제사항임에도 불구하고 규격서나 계약특수조건, 혹은 보충규정 어디에도 명시되지 않은 채 무경험 업체에게 물량을 몰아주는 식으로 사업자를 변경했다.


이로 인해 주요 품질검사가 생략된 채 불량품이 합격품으로 둔갑한 것은 의혹이 아닐 수 없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이 문제가 있고 나서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3명의 공직자를 징계에 회부하였으나 관급으로 계약방식이 변경된 내막까지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저질 부동액 사용해 망가진 K-9 사건도 규명 못해


K-9 자주포의 전용 부동액으로 인한 사고도 마찬가지다. 전용 부동액이 납품돼야 함에도, 저질 부동액이 납품된 결과 자주포 엔진의 실린더에 파공이 형성되어 멀쩡한 장비가 졸지에 고장이 나고 줄줄이 정비를 받아야 할 처지가 되었다. 당연히 전용 부동액에 대한 납품 규격이 정해져 있기 마련이고 해당 업체는 입찰사양서를 군수사에 제공했을 것이 분명한데, 어떻게 전용 부동액이 아닌 일반 부동액을 공급하게 됐는지 아직까지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지난 2007년 3월 K-9 자주포 전용 부동액을 조달하기 위해 기술회보(2006.5.30 발간)를 근거로 전용 부동액 규격(TK-6-03-010/2)을 기준으로 조달청에 조달 및 계약을 요구했으며, 이후 조달청에서 K-9 자주포 전용 부동액 사양서를 요청해 국방부 군수사는 업체에 문의한 끝에 S사로부터 사양서를 받아 이를 기준으로 조달청에 다시 조달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조달된 것은 규격서에 나와 있는 전용 부동액이 아니었고, 저질 일반부동액이 마치 전용부동액인 것처럼 속여서 납품되었다.


육안에 의존하는 음식 검사 생쥐 김치 소동 낳아


생쥐김치와 식품검사, 미생물검사 등도 비슷한 맥락에서 접근할 수 있다. 감사원의 업무 개선 지시에도 불구하고 육안과 냄새에 의존하는 관능검사에 의존하는 관행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직접적인 위해를 주는 미생물검사의 경우 육군과 해군의 사단급은 국방부 지침에 따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군수사 지원을 받는 공군과 사령부 예하 부대는 여전히 관능검사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미생물검사는 군수 보급 시 의뢰하는 경우에만 검사하도록 되어 있어 군수에서 정기적인 의뢰를 하지 않으면 검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단지 문제가 생겼을 때에만 의뢰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육안으로만 식별할 수 있는 부패식품이 아닌 오염식품은 현재로서는 대책이 없다.


전투식량_비빔밥.jpg 


이로 인해 군내에서는 매년 식중독 환자가 상당수 발생하고 있는데도 몇 년째 시정되지 않고 있다. 또한 복지단의 경우 수방사 군수지원대에서 식품위생검사를 지원받는다고 하지만 수방사 군수지원대는 미생물 검사 능력이 없다. 이 분야의 한 관계자에 의하면 “OECD 국가 중 제공하는 식품을 정밀검사 하지 않는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군 식당의 오염도를 검사할 수 있는 기계가 없어 정량화한 측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 100% 기계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생산업체를 검사할 때에도 미생물검사는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연기 발생시켜 적에게 아군 노출시키는 ‘전투식량’


전투식량의 경우 기존에 군에서 전시에 병사에게 지급하는 전투식량(I, II형)은 전시 병사 개개인의 전투하중을 고려해 개발, 보급했다(표 참조). 그러나 지난해 문제가 됐던 ‘즉각 취식형 전투식량’은 취식 시에 연기가 발생해 적에게 아군의 위치가 노출될 위험이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전투식량에 비해 전투하중이 2~3배 늘어나 전투효율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방부는 전투하중을 면밀히 판단해 전투식량을 선정했는지 따져볼 필요도 있다. 한 전문가의 진단이다.


defence21_0308.jpg


“미군의 경우 용역 전문회사가 ‘보급’ 개념으로 전투식량을 공급하기 때문에 무게가 다소 있어도 큰 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한국은 산악지형이기 때문에 ‘휴대’ 개념이다. 이 같은 전장 환경의 특성을 생각하지 못한 것은 작전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전투식량 무게만 9kg…산악지형서 기동성 떨어뜨려



위 <표>에서 보듯이 새로운 즉각취식형 전투식량의 경우 무게가 무려 920g이다. 3일치를 휴대하게 되어 있는 현 규정대로라면 과거보다 2~2.5kg이 늘어난 9kg의 전투식량을 전투원들이 휴대해야 한다. 이런 무게와 부피를 지닌 전투식량을 휴대하면 군장결속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산악지형에서 기동성이 제한된다. 군장과 장구류까지 포함하여 30kg까지 나가는 하중에 3분의 1이 전투식량이라는 말이 된다. 이에 대해 D&D는 전투식량에 대한 사전 작전성 검토 여부 등을 국방부에 질의하였는데, 국방부는 “작전성 검토는 실시했지만 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회신해왔다.


앞의 사례들은 우리 군수 전반에 전문성을 증진시키기 위한 가시적 개혁조치가 실종된 가운데 여전히 부조리와 부실이 만연된 단면들이다. 군수의 주요 직위들이 특정 군 출신에 의해 편중된 인사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혁은 여전히 뒷걸음질이다. 작년에 그렇게 많은 사건을 겪고도 아직도 개혁을 한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러한 실태가 지속될 경우 총제적인 ‘불량 군대’의 오명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김종영 <D&D 포커스> 기자 sisacolumn@gmail.com



자세한 기사 내용과 국방관련 기타 기사는 <D&D 포커스> 3월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구독문의) 02-3775-2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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