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해역, 천안함 뒤 ‘사자-호랑이’ 동시에 풀어놓은 상황

2011. 0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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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1주년①-위기 대비능력 저하된 채 남북 무기·전력 ‘집중’
막후협상 통로 마련 못하면 2012년에 ‘결정적 위기’ 맞을 수도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지 3월26일로 1주년이 된다. 천안함 사건은 아직까지 사건의 실체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지만, 이미 남북 관계 및 국제관계, 그리고 우리 사회 내부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한겨레 군사웹진 <디펜스21>에서는 천안함 사건 1주년을 맞아 우리 사회의 현재와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몇차례 글을 싣는다. 편집자


서북해역이 위험하다! 천안함 사건 1주년을 맞아 서북해역을 돌아보면, 이 지역의 긴장과 위험이 1년 전에 비해 매우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대청해전과 천안함 사건, 연평도 사건을 거치면서 남북이 이 지역에서 통제장치 없이 무력을 증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건들은 일단 한쪽이 한 대 맞으면 반드시 두 대를 때려야 한다는 ‘응징과 보복’의 원리가 확고히 정착되게 한 연결고리들이다. 이 원리가 한 번 정착되고 나면 서북해역이라는 좁은 장소에서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군사력이 극도로 밀집되는 길을 피할 수 없다. 마치 한 우리에 사자와 호랑이를 동시에 집어넣은 것과 같다. 이렇게 되면 아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천안함 이후 ‘군사ㆍ안보주의’로 급속도로 경도

첫 번째는, 위기관리의 기축이 붕괴되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에 남과 북은 우리나라 서북해역에서 이전까지 이어져오던 ‘위기관리’의 목표와 원칙에서 벗어나 군사적 주도권을 확대하기 위한 ‘군사ㆍ안보주의’로 급속도로 경도되었다. 여기에서 과거 정부에서 유지되어 왔던 위기관리의 원칙이란 군대가 우발적으로 충돌하더라도 남과 북의 정치권력이 ‘막후협상’을 통해 서로의 진의를 확인하고 위기의 정도를 완화시키는 기제가 작동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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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29일 국방부가 평택 제2함대 사령부에서 언론3사 검증위를 대상으로 한 천안함 설명회를 열고 있는 모습. 천안함 우현
프로펠러가 크게 휘었고, 축에는 그물이 걸려있다. 김보근 기자

위기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도발의 양상을 예측하는 군사정보나 군사적 판단의 영역이 아니고, 그러한 도발을 자행하는 ‘정치적 의도’를 관리하는 것이다. 소련의 후르시초프가 쿠바에 전략미사일을 배치하던 1962년에 케네디 대통령은 쿠바 해안을 봉쇄하는 한편 막후협상을 진행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후르시초프의 체면을 세워 주면서 벼랑 끝에서 그 옆의 완만한 언덕으로 소련이 이동하도록 적극 도왔다. 이러한 위기관리의 목표는 소규모의 우발적 충돌이 대규모의 분쟁으로 확전되는 것을 차단하는 데 맞추어져 있었다.

위기관리의 핵심인 ‘정치적 의도’ 파악 노력 사라져

제1, 제2 연평해전을 거치면서 남과 북 어느 정치권력이 상대방에게 굴욕적인 패전을 당하는 것을 감수하려 한 바는 없다. 남의 고속정과 북의 경비정이 교전을 하더라도 그 이외의 전력, 예컨대 전투기나 구축함, 장사정포와 같은 더 위협적인 전력은 후방에서 대기하면서 만일의 사태에만 대비했다. 그리고 이전에 상대방의 의도를 판단함으로써 조기에 교전을 종결지었다.

그러나 대청해전에서 천안함 사건을 경과하면서 남과 북은 극단적인 대치를 불사하는 형국으로 진행되었는데, 이를 제어할 만한 위기관리의 수단이 모호해지거나 마비되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이 점은 대청해전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2009년 11월10일에 벌어졌던 대청해전 당시에서 북 함정에 대해 일방적인 승리를 거둔 그 다음 순간에, 북한의 현장 지휘관이 ‘패장’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했어야 했다.

둘째, 남북한은 이 사건을 거치면서 경이로운 새로운 전장을 목격하게 되었다. 과거에 북의 경비정이 월선해 남하하면 우리는 그 즉시 함정의 명칭과 제원까지 알고 대비했다. 충분한 경고시간을 갖고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지ㆍ해ㆍ공 합동전력 무엇이든 동원될 수 있는 상황으로 분쟁의 양상이 바뀌면서 보다 현대적인 전쟁 수행방식을 준비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서해 분쟁, 통제 어렵고 치명적인 양상으로 전개

이 새로운 전장에서 남과 북은 또 다시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서북도서 요새화와 긴장관리
어떤 전력이든 동원될 수 있는 서해에서 분쟁은 예전에 비해 템포가 빠르고, 통제하기 어려운 치명적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분초를 다투는 위급한 상황에서 국가 전쟁지도본부, 즉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현장의 군사력을 일일이 통제할 여유는 없다. 북한의 경우 백령도에서 50km 거리에 공기부양정으로 30분 내에 우리 도서지역을 침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시작했고, 서해 일원에 100문 이상 신형 장사정포와 야포전력을 보강한 상황이다.

서북해역에서 새로운 분쟁 양상은 과거 1, 2차 연평해전과 달리 무경고 하에서 빠른 템포로 진행되기 때문에 정치권력이 통제하기 쉽지 않은 분쟁이 되었다. 즉 ‘문민통제(civil control)’의 취약점이 확대되는 아주 위험한 양상의 분쟁으로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서북해역에서의 이러한 분쟁 양상은 전 전선으로 확대 적용되어 이제 종심이 짧은 한반도 전장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계획’에 의한 전투는 불가능하고 현장 지휘관의 직관에 크게 의존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공기부양정, 장사정포 VS 다련장포,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

이러한 결전의 분위기를 더욱 고취시킨 사건은 작년 11월 23일에 일어난 연평도 포격사건이다. 이 사건을 겪고 나서 우리 측도 북한의 장사정포를 조기에 무력화할 수 있는 ‘의사위성 시스템’에 의해 다련장포(MLRS) 체계를 재구축하고 있고,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와 스텔스 전투기 도입도 서두르고 있다. 서북 도서에는 이미 해병대 병력이 증강 배치되었으며, 자주포와 정밀타격 단거리 미사일을 추가하고 있다.

한편 재래식 전면전의 위협보다 비대칭적 수단에 의한 국지적 충돌의 가능성이 강조되면서 북한의 위협범위도 무한대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기존의 재래식 위협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거기에 더해 특수부대와 같은 비정규전 위협 증가, 신형 장사정포와 같은 치명적 무기의 증강, 핵과 장거리 미사일 위협(4차원), 전자파(GPS) 교란이나 사이버 공간에서의 위협(5차원)까지 몇 배, 심지어 몇 십 배까지 증가하는 북의 위협을 그대로 인정하다 보면, 결국 국방소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안보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자가당착의 결론에 직면하게 된다.

연평도에는 이미 주민보다 해병대 숫자 많아져

셋째, 연평도 포격사건의 결과 서북도서의 성격이 변하는 ‘군사 요새화’가 추진중이다. 서북 도서들은 관광기지, 어업기지로서 경제적 가치가 중시되던 해역이었으나 이제는 군사적 요충지로서 그 성격이 변하고 있다. 이미 연평도의 경우 거주하는 주민보다 해병대 숫자가 더 많아졌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군사기지화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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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의 주최로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천안함 1주년 토론회 '천안함 진실과 민주주의 그리고
한반도 평화'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보근 한겨레 스페셜콘텐츠부장,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석태 변호사, 서재정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교수,
이승헌 미국 버지니아공대 교수.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서북 5도서의 군사요새화는 한국군의 작전개념에도 일대 변화를 요구한다. 이제껏 작전계획에서 서북 5도의 방어개념은 최소한의 군사력에 의존한 ‘옥쇄 작전’이었다. 전시에 서북 5도서 방어에 우리 군의 전력을 대거 투입할 경우 수도권과 인천의 방어는 더욱 취약해 진다. 더군다나 북한의 광활한 육지를 마주한 5개 도서는 아무리 전력을 증강하더라도 북한의 지상 전력을 상쇄하기 어려운, 적진 깊숙이 들어가 있는 지역이다. 대한민국 영토 중에서 서울보다 평양이 더 가까운 고립된 지역은 이곳이 유일하다. 따라서 이전에는 현장의 군사력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면서 국지적인 충돌이 있을 경우 후방의 지ㆍ해ㆍ공 합동 전력을 지원하여 섬을 방어한다는 계획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이곳을 군사적 요충지로 인식하고 전력을 증강하게 될 경우 이제는 군사적 가치가 경제적 가치를 압도하게 되고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도 막대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핵안보정상회의, 아시아경기대회 등 국제행사 줄줄이 이어진 상황에서…

이러한 군사적 논리에 입각한 방어개념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우리의 수도권이 항상 긴장상태에 놓인다는 안보 딜레마로 이어진다. 주지하다시피 내년에는 50개국 정상이 참여하는 핵안보정상회의가 4월에 개최되고, 3년 여 후에는 45억 아시아인의 축제인 인천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외국의 정상들과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대한민국의 심장이자 관문은 인천의 국제공항이다. 여기에 북이 연일 전자파를 발사하고 수시로 위협을 가하는 상황은 사활적 국가이익이 침해받는 매우 중대한 문제이다. 북한은 이제껏 백령도, 연평도에 가하던 위협을 점점 더 남하시켜 영종도 공항까지 얼마든지 위협할 수 있다.

북은 군 최고 수뇌부를 해주 일대의 현장 지휘관으로 부임시킨데 이어 김정일ㆍ김정은 부자가 직접 이 일대의 지ㆍ해ㆍ공 합동 군사훈련을 시찰하고 새로운 전투준비를 독려하고 있다. 더 이상 서북해역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정치권력의 의지가 매우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남측은 ‘국방개혁 307계획’을 통해 ‘적극적 억제’ 전략을 표방하여, 북 핵심목표에 대한 정밀타격과 북한 장사정포를 조기에 마비시키는 새로운 작전술을 도입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과거의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태도에서 탈피한 새로운 군사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스텔스 전투기 도입, 무인정찰기 도입과 더불어 북한장사정포와 특수부대를 마비시키기 위한 군사적 자산을 갖추는 방향으로 국방개혁 방향을 수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의 서북 5개 도서와 북한의 서해 일원에 새로운 야포, 단거리미사일, 무인정찰기, 장사정포, 공기부양정, 잠수정 등 치명적 공격무기들이 속속 결집하여 각기 요새화를 지향하고 있는 상황은 서해가 관광과 어업기지로서의 경제적 가치의 손실을 넘어 국가적 대사를 위협받는 중대한 위기로 발전될 수 있다.

결국 쿠바 미사일 위기에 비견되는 새로운 위기구조가 창출되는 지금은 잘못 관리될 경우 이명박 정부 말기에 국가적 명운이 걸린 결정적 국면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김종대 <DnD 포커스> 편집장

* 본 기사는 <D&D 포커스> 2011년 4월호에 실린 내용을 요약정리한 것입니다.
* 안보분야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D&D 포커스>  4월호가 발매중에 있습니다. 구독문의) 02-3775-2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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